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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바생'이 뭔데요?

이현식

입력 : 2005.01.12 07:19

BR BR 방송기자의 애환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총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오픈사전에 이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방송기자들 사이에서 총을 맞았다는 것은, 예정에 없는 갑작스런 리포트(




방송기자의 '애환'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총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오픈사전에 이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방송기자들 사이에서 '총을 맞았다'는 것은, 예정에 없는 갑작스런 리포트(뉴스의 구성단위. 기자가 읽는 보도물) 제작지시를 받는 경우를 말합니다.

일반인은 '머리에 총맞았냐..' 뭐 이런 용도로 주로 쓰지요. 뜻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기자들이 이 말을 쓸 때의 심정은 '머리에 총맞은' 그것과 비슷합니다.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지요.. 무슨 내용인지 일단 알아야 뭘 해먹지요.. 어딘가 촬영섭외를 하든 무작정 매달리든 쳐들어가든 해서 촬영은 해야지요. 길은 막히지요..

'총맞아' 제작 한번 하고 나면 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합니다.

오늘은 1주일에 한번 돌아오는 출연방송(모닝와이드 2부 디지털포커스)을 마치고 정보통신부 기자실에 나가있는데, 총이 날아왔습니다. 석간신문에 난 ' '낙바생은 일하고 싶다'는 기사를 리포트로 제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사내용인즉슨, 취업난 실업난이 극심하다보니 여러가지 신조어가 떠돌고 있다는 것. 그런데, 저는 도무지 모르겠는 말들 투성이인겁니다.

'샐러던트' '캠퍼스 더블 라이프족' '메뚜기족' '네스팅족' '면창족' '토폐인' '점오배족' 에스컬레이터족' '강의노마드족' '스포츠권 vs 공부권' '낙바생' '동아리고시'...

이런 말들 들어보셨는지요?

인터뷰를 해보려고 주위 사람 아는사람 길가는 학생 등 50여명에게 물어봤는데, 다들 모르더군요.

이 신문기사의 근거가 된 것은 한 채용정보업체가 돌린 보도자료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내용의 설득력입니다.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등의 고용관련 조어는 인구에 자연스럽게 회자되다가 언론에 소개되었습니다. 반면, 이 기사에 (또는 문제의 보도자료에) 소개된 것들은 대부분 억지로 지어낸 것들이더군요.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두드려보니, '오픈사전'같은데 올라있긴 한데, 10-20대 네티즌들도 '나도 첨듣는 말이다' 식의 리플을 많이 달아두었더라구요. 그런데에 올라온지 얼마 안된 말들도 상당수고요.

모르긴해도, 문제의 채용정보업체에선 '기획홍보' 차원에서 이 자료를 만들었겠지요. 어딘가에 기사가 나면 대개 '채용전문업체인 XXXXX에 따르면..'하는 식으로 언급되게 마련이고, 그러면 돈 안들이고 회사이름을 알리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겐 이렇게 억지용어를 만들어내면서까지 실업난을 얘깃거리로 만들려는게 다소 불쾌하게 느껴졌습니다. 언론사들의 기사생산 메커니즘과 그 취약성을 뻔히 들여다보는 홍보'선수'들의 꾀에 알면서 휘둘린다는 느낌도 들었구요.(문제의 회사에서 그런 취지로 생산한 자료가 아니라면 죄송하지만.)

그래서, 안되면 되게하라, 내사전에 불가능은 없다..식으로 취재,촬영에 임하지는 았았습니다. (사실..안되는게 어디 있겠습니까. '까라면 깐다..'식으로 하면 되기야 하죠. 방송1분30초..천금같은 시간이지만, 또 때우자면 못때울것도 없는 시간인데.) 결국 기사는 '킬(kill)'됐습니다.(기사가 빠졌다, 안들어가게 되었다는 방송판 은어입니다.)

이것갖고 머리싸매고, 전화기들고 끙끙거리고 하느라, 오후가 다 갔습니다.

물론 '총'에도 순기능은 있습니다. 뉴스라는 것이 그날 벌어진 일들을 충실히 반영해야 하는데, 적은 인원의 기자들로 모든 현상을 다 알고 커버할 수는 없는 일. 콘트롤 타워에 앉은 데스크의 지시로 필요한 것들을 취재해, 빠지면 안될 뉴스, 나는 미처 몰랐지만 사람들에게 중요한 또는 화제가 될 기사들을 챙겨넣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더러는 총맞아 취재하다가 알게 된 사람이나 사실로 인해 새로운 좋은 기사가 발굴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습니다.



이현식 https://my.sbs.co.kr/hs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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