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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다녀온 이야기 (5)

이현식

입력 : 2005.01.03 07:37

그동안 일에 치여 바쁘게 지내느라, 오징어시장 얘기 이후로 글을 못 올렸는데, 연말 NG대상 방송에 제가 울릉도 갔던 화면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상황이 생각이 나네요. 외지에서 온 큰 회사 아저씨


그동안 일에 치여 바쁘게 지내느라, 오징어시장 얘기 이후로 글을 못 올렸는데, 연말 NG대상 방송에 제가 울릉도 갔던 화면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상황이 생각이 나네요.

외지에서 온 큰 회사 아저씨들이 인터넷 공부방을 만들어줘서 좋아요..뭐 이런 인터뷰가 필요했습니다. 적당한 아이를 찾으려고 아이들한테 "...한 사람 손들어봐!"하고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그때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손을 들어서 잘 안됐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공부방 목사님께 말씀드려서 적당한 아이를 소개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울릉도에 엘리베이터 생긴이야기를 앞선 글에서 해드렸는데, 사실 울릉도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되는 깡시골은 아닙니다. 거기도 KT지사가 있고, 돈만 내면 인터넷이 됩니다. 오징어 배를 운영하는 선주집 아이들이나, 관광객 상대하는 점포를 운영하는 집 아이들은 육지아이들 부러울 게 없습니다. 문제는 부모중 한쪽이 육지로 떠나갔거나, 시장 또는 어선 위에서 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가정의 아이들이죠.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더라도, 형이나 누나가 있는 경우 초등학생 아이들은 인터넷 쓸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형이나 누나가 차지하고 앉아서 안비켜 주는데, 도시 아이들과 달리 어디 가서 인터넷 할만한 데가 없거든요. 그래서 공부방 교회 2층 목사님 방은 늘 아이들로 북적댑니다.

10여명이 한군데 몰려서 발디딜 틈이 없지요. 목사님은 그래서 늘 밤중에나 컴퓨터를 쓸 수 있습니다. 그나마 오래된 것이라 최신사양이 아니어서, 아이들이 신나게 인터넷을 할 수 없다는게 목사님은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 와중에 KTF와 '아름다운 가게'가 함께 벌이는 인터넷 공부방 지원사업의 후원대상으로 선정된 겁니다. KTF 사회봉사팀과 아름다운 재단 간사팀은 육지에서 벽지와 PC,모니터 등을 배로 싣고와 1박2일간 직접 시공을 했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했구요.

이 사업은 KTF가 IT로 돈 버는 회사로서 digital divide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벌이고 있는 사업입니다. 크게 봐서 돈과 노동력은KTF가 대고, 아름다운 재단은 봉사의 노하우와 판단력, 공신력을 제공하는 개념입니다. 2003년 8월에 시작해 지금까지 15곳의 소외계층 공부방이 인터넷PC 지원을 받았고, 울릉섬 방과후학교는 그 16번째 지원대상이 된 곳입니다.
(지금까지 지원을 받은 곳은 서울 대안학교 별, 여수 열린공부방, 갈릴리공부방, 경기도 성남 푸른학교, 인천 송림동 송현샘공부방, 대구시 남구 자활지원관, 부산 수정구 솔로몬공부방, 춘천시 사북면 사북사랑자람터등입니다.

1회 지원액수는 천만원. 컴퓨터 구입비가 5대(30명 기준) x 150만원 = 750만원, 방 수리와 교구 구입,즉 벽지, 장판, 페인트, 컴퓨터 책상 등에 약 70만원, 공부방의 연간 인터넷 사용료가: 3만원 x 5대 x 12개월 =180만원 정도입니다. 또,특정 부서가 이들과 멘토링(mentoring) 관계를 맺어, 계속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는 것을 중시합니다. 돈과 물건만 전해주는 게 아니라 사람과 마음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거죠.

일을 끝낸 것은 점심때가 좀 지나서였습니다. 학교가 먼저 파한 초등생 녀석들이 신나게 인터넷을 했습니다. 요즘은 숙제도 인터넷을 통해서 해야 하는게 많다지요. 이친구들은 물리적으로나 정보적으로나 '바다'에 둘러싸여 있었던 셈인데, 이제 정보의 바다를 헤쳐나갈 수단은 구비가 됐다고 생각하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목사님은 "이 아이들 부모님들이 따개비 밥을 꼭 대접해 드려야 한대요. 어제 아이들이 잡은 따개비로 만든 밥입니다." 하면서 점심상을 내 오셨습니다.

독특한 기름냄새같은 따개비 향이 났는데, 고추장을 듬뿍 비벼 먹으니 묘하게 어울려 독특한 풍미가 나더군요. 여러분도 나중에 울?Y오 가시면 잊지말고 식당에서 따개비밥을 시켜 맛보고 오세요.


일 끝내고 배 타기전, 저희는 공부방 교회 맞은편 산등성이의 오징어 건조장을 찾아갔습니다. 오징어 관련 기사가 뉴스에 나갈 때 쓸 자료화면을 찍기 위해서였는데, 정말 하얗고 통통한 살이 듬뿍 오른게 맛있어 보이더군요. 게다가 맑은 햇볕, 소금기 머금은 시원한 바람에 말려지니 그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배에 오를때는 그래서, 다들 반건조 오징어('피데기'라고 합니다.)를 한상자씩 사안아들고 뭍으로 가는 길에 올랐습니다. 아이들도 마중을 나와줬구요.

아이들중 하나가 카메라를 빌려달라고 조르더니 열심히 찍던데, 저보다 더 잘찍은 것도 있네요.

이녀석들도 떡국먹고 한살씩 더 먹었겠지요.
아무쪼록 순수함은 간직하고 거친 세상을 헤쳐나갈 실력은 더 길러서 도시아이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울릉도 공부방 기사가 나가던 시점부터, 기업들은 봉사활동 관련 홍보자료를 눈에 띄게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분위기상 봉사활동을 홍보하는 게 기사반영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해서 취한 조치였을 겁니다만, 저는 이러한 봉사활동도 없는 것보다 백배 낫다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웬만하면 적극적으로 기사화합니다. 기업들도 점차 세련되어 져서, 요즘은 생색낸답시고 남들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일 같은것은 잘 안하는 것 같습니다.

SBS인터넷 독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현식 https://blog.naver.com/nkdad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