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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지방 도로, '목숨 걸고 걷는다'

박수택

입력 : 2004.10.3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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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보통 차도와 인도가 잘 구분돼있는 대도시와 달리 지방도로는 사정이 아주 열악합니다. 자동차 위주의 지방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이 한 해 1천6백명이나 됩니다.

목숨을 걸고 다닌다는 지방도로 실태, 박수택 기자의 집중취재입니다.

<기자>

경기도 시흥시,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길에서 자동차와 숨바꼭질을 벌입니다.

인도가 따로 없는 도로에서 그나마 있는 갓길은 이렇게 세워둔 차들이 차지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은 차 사이를 곡예하듯 피해서 학교로 가야 합니다.

갓길 표시선 밖은 도랑이라서 차를 피하려면 축대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수원으로 빠지는 43번 국도, 인도는 중간에 끊어지고, 자동차는 고속도로 달리듯 질주합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일반 국도 11,927킬로미터 가운데 인도를 둔 구간은 532킬로미터, 4.5퍼센트입니다.

[한비야/여행가, 월드비전 팀장 : 길이라는 게 차를 탄 사람만의 길이 아니라는 거죠. 걷는 사람들의 길이라야 하는데, 그 길이, 도로를 만들 때 너무 인색했던 것 같아요.]

지난 12일 저녁 경기도 파주 통일로에서 80대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뺑소니차에 받혀 숨졌습니다.

[김이식 경위/경기 파주경찰서 : 파주시 관내의 도로 대부분이 인도가 설치돼 있지 않고 또 가로등이 없는 도로가 대부분입니다.]

여주 319번 지방도에서는 지난 21일 60대 노인이 트럭에 받혀 중상을 입었습니다.

[홍무식/65세 : 차를 피해 동네 쪽으로 들어가는데 확 차 바람에 휙 날려서...]

갓길 사고에서 운전자 책임은 무겁지 않습니다.

[심광식 경사/경기 여주경찰서 : 인도가 없기 때문에,차도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그냥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주민 : 차별이 있는 거지, 서울 사람하고 시골 사람하고. 여기 인도가 없고, 그냥.]

지난해 전국의 일반국도와 지방도에서 차에 치여 숨진 사람은 천 6백 9명이나 됩니다.

지방도로의 제한 속도가 시속 80 킬로미터면 갓길 폭은 1.5미터, 60 킬로미터면 1미터는 돼야 하는데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이정우/녹색교통운동 정책실장 : 도로건설이나 확장에 예산 투자가 집중돼 있고, 보수나 운영 예산은 전체의 9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이고요.]

[임광수/건설교통부 사무관 : 앞으로는 지방지역의 경우라손 치더라도 보행자 통행수가 많은 경우에는 보도의 설치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내년도 지방 국도의 인도 설치 예산은 40킬로미터에 49억원, 전체 도로 유지보수비 7천7백97억원의 0.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사람길 없는 지방도로를 걸어가려면, 지방 사람들은 앞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할 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