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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되기 싫다" 노부부 안타까운 죽음

김용태

입력 : 2004.10.07 19:51|수정 : 2004.10.0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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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아흔살을 넘기며 해로한 금실 좋은 노부부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용태 기자입니다.

<기자>

92살 허 할아버지와 한살위 엄 할머니 부부가 숨진채 발견된 것은 그제(5일) 저녁 7시쯤.

할아버지는 달력을 찢어 쓴 유서에서 "78년이나 함께 산 아내를 죽이는 독한 남편이 됐다"며 할머니를 숨지게 하고 목숨을 끊었음을 밝혔습니다.

자식들에게는 "살만큼 살고 둘이 같이 세상을 떠나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당부도 남겼습니다.

유서 옆에는 장례비 2백5십만원이 봉투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웃 주민 : 평상시 본인이 스스로 짐스러워 했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자식들한테. 너무 안타깝습니다.]

7남매의 청을 뿌리치고 평생을 따로 살아온 노부부는 3년전에야 마지막 보금자리가 되고만 막내아들의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항상 같이 다녀 주위의 부러움을 샀지만 지난해 가을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할아버지는 병수발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최입초/아파트 경비원 : 할아버지가 병수발을 다했지. 대소변이라던가 식사문제라던가 할아버지가 다했죠.]

주변 사람들은 미장일을 하던 막내아들이 아파트 관리비까지 밀릴만큼 생활이 힘들어지자 노부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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