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응급의료센터가 야간 시간에는 전문의 한명없이 운영되고 있다면 믿어지십니까.
작은 병원도 아니고 대형 종합병원들 상당수가 그렇습니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들의 생명을
수련의들이 책임진다는 얘기입니다.
김천홍 기자의 현장속으로에서 고발합니다.
<기자>
지난 16일 새벽 2시. 대전 한 대학병원의 응급의료센터.
환자를 싣고 온 한 보호자가 간호사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뭐라 그래도 당직 의사 선생님이 딱 계셔야 되는 거예요. 인턴 애들, 레지던트 애들 갖다 놓는게 아니라.
(당직이 있어요.) 그럼 내려와 있어야지. (그럼 확인해주게...)]
이 보호자는 화학물질을 잘
못 마신 환자에게 전문의가 아닌 수련의들이 처치를 하고 있다며 애를 태웁니다.
[(의사가 안
보이던가요?) 안 봤어요. 학생들 데리고 진료하고 있으니 내가 얼마나 답답해요.
(학생들이라는게 무슨 말씀이세요?) 레지던트, 인턴들밖에 없어요.]
이 대학병원 응급센터에는 교수급인 전문의나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 한
명이 24시간 상주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 밤 응급센터를 책임진 의사는 레지던트 1년차입니다.
[(레지던트 선생님이세요?) 네. (레지던트 몇
년차?) 저희는 지금 1년차가 하거든요. 2년차는 없어요. (그럼 1년차 선생님이세요?) 네.]
취재팀은 병원 관계자에게 응급센터 담당 교수의 행방을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응급실 000 간호사입니다. (교수님 퇴근하셨어요?) 예. 그렇죠. (언제 나가셨어요?)
(새벽) 한 시 조금 넘어서쯤 나가신 거 같은데요.]
취재팀이 와있다는 전화연락을 받은 담당 교수는 20여
분쯤 뒤 황급히 응급센터로 들어섭니다.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 (원래 24시간 상근 체제 아닌가요?) 저도 기계가 아니잖아요. 새벽 1시 이후에는 제가 집에 가서 잠깐 쉬는 동안에 콜을 받고 나온다구요. (일이 있으면?) 예. (그러면 새벽 1시 이후에는 여기 상주하는 전문의는 안
계시네요.) 상주하는 전문의는 없어요.]
응급센터를 전문의없이 꾸려가는 불법 행위는 중소도시의 종합병원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집니다.
충청남도의 한 종합병원. 이 병원 응급센터는 낮에도 수련의들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응급의료센터
인턴 : (현재 이 병원의 경우 전문의들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진료합니까? 응급센터에?) 24시간 진료하는 것은 아니죠. 저희들이 봐 가지고 이 환자는 머리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신경외과일 것 같다,
그러면 바로 과장님한테 연락을 드려요. (뭐로 해요, 연락을?) 전화로요. (전화로?)]
현재 전국엔 모두 101군데의 응급의료센터가 지정돼 있으며 이들 응급의료센터엔 전문의 1인 이상이 24시간 상주해야 합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4시간 전문의 진료 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는 응급센터는 전체의 40%나 됩니다.
그렇다면 이들 병원들이 응급센터 전문의를 충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S병원
응급의학과장 : 돈이죠. 결국 돈이예요, 돈. 돈만 된다면 응급의학 전문의를 돈을 투입해 가지고 (내과나 소아과) 이상 뽑을 수 있다면 돈만 된다면 누가 안하겠어요. (가장 큰 문제가 돈이네요.)]
응급의료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련한 전문의의 판단과 대처입니다.
그러나 현재 전국 상당수의 종합병원에서 분초를 다투는 응급 환자들의 생명은 수련의들에게 맡겨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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