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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생계형 창업' 사기 판친다

권애리

입력 : 2004.07.11 19:50|수정 : 2004.07.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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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있는 돈, 없는 돈 모아서 작은 가게라도 해보려던 서민들이 낭패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경험이 없는 점을 악용하는 창업 사기꾼도 많고, 잘된다는 가맹점들도 불황속에서 옛날같지 않습니다.

권애리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주부 36살 오모씨. 오씨는 택시를 운전하는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생활비가 빠듯해 장사를 해보기로 하고, 지난달 중순 한 창업 박람회를 찾았습니다.

오씨는 박람회에서 창업 컨설턴트로 잘 알려진 나모씨를 만나 성공적인 소규모 창업을 약속받고, 결혼생활 동안 모은 돈에 빚까지 합한 7천만원을 건넸습니다.

[오모씨/창업 피해자 : 방송 창업 프로그램이나 케이블방송에서 방송을 하고 있었으니까...공인이 그런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그러나 나씨는 곧바로 종적을 감춰버렸고 오씨는 돈만 날리고 말았습니다.

[오 모씨 : 그 돈을 한 번 만져보고라도 줬으면 모르는데 전부 대출받은 거를.. 애기낳기 15일 전까지 직장 다니면서 모은..한 푼 두푼 모은 돈으로 했어요]

10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도서대여점을 차린 32살 최 모씨는 유명세만 보고 제대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낭패를 본 경우입니다.

최씨는 지난 2월 유명 대형서점과 창업에 필요한 모든 도서를 공급받기로 하고, 2천만원을 지불했습니다.

유명업체가 설마 속이겠나 싶어서 계약 조건을 명시한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최 모씨/창업 피해자 : (처음엔) 다 해서 2천만원을 생각한 거예요. 책이 너무 많이 안 들어왔어요. 배는 더 들었죠.]

비교적 안전한 창업시장으로 각광받던 가맹점 업계 역시 시장규모가 급팽창하면서 생존자체가 어려운 업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12만개에 이르는 가맹점들의 평균 수명은 불과 2.7년, 유명 가맹점을 모방한 유사 가맹점들마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살아남기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주위식/교촌치킨 서울사업소장 : 저희 회사가 업계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저희 상호를 모방하거나 아예 메뉴판을 전단지에 도용하는 업체만 열군데가 넘습니다.]

[염규석/가맹사업 조정지원국장 : 건실한 프랜차이즈도 있지만 부실한 데도 있으니 가맹자들은 미리 세세히 알아보고 우량한 곳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장기불황의 늪을 소규모 창업으로 벗어나 보려는 서민들,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더 큰 늪을 피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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