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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할머니 이발사

권영인

입력 : 2004.07.0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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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국내 최초의 여성 이발사로 시작해 반 백년을 한결같이 일해온 할머니가 있습니다. 세월이흘러 이젠 가장 나이가 많은 여성 이발사가 됐지만 가위 하나로 이웃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테마기획, 권영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자르고. 깎고. 다듬고.

갈고 닦은 이발사의 능숙한 손놀림에 할아버지는 금세 말쑥한 중년 신사로 변합니다.

[이 할머니가 이 얼굴을 딱 보고 이른말로 가다, 모양을 잘 잡아요.]

정성스레 귀도 파주고 수염도 깎아주지만 요금은 폭탄세일, 절반만 받습니다.

[이덕훈/서울 성북동 : 저 양반들 70 다 됐거든요. 돈을 못 버셔. 노인정에서 매일 노시니까.노인정에 계시면 좀 적게 받고...]

국내 최초 여성이발사로 반 백년을 한결 같이 일해 온 이덕훈 할머니.

이발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11살 때 처음 가위를 잡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최고령 여성이발사가 됐습니다.

7남매 중 맏딸로, 4형제의 엄마로 억척스레 살았지만 할머니의 얼굴에는 척박한 삶의 흔적이 없습니다.

[이덕훈/서울 성북동 : 얼마나 멋있어. 재밌고. 이런 미남 아저씨를 어디 언감생심 가까이서 보겠어. 내가 이런 일을 하니까 보지. 안그래요, 아저씨?]

지난 세월은 할머니에게 주름과 흰머리를 남겼지만, 수십년지기 단골손님들도 안겨다 줬습니다.

[아줌마. 내가 좀 꼬실라고 해도 안들어먹더라고. (꼬시기는 뭘 꼬셔.)]

쉬는 날에도 가게 문을 두드리던 치매 노인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덕훈/서울 성북동 : 노는 날도 계속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이웃 사람이 우리집으로 전화하는 거예요. 아줌마, 손님이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그래서 보면 치매 걸린 할아버지가 그렇게 오시는 거야.]

내년이면 일흔이 되는 할머니 이발사.

[이덕훈/서울 성북동 : 어쩌면 난 참 좋은 운을 타고 났다고 생각하고 해요.]

쉼 없이 엇갈리는 할머니의 가위에서 긍정적인 삶의 열정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