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치매 노인을 자식들이 학대하거나 내다버리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당사자들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그 심정을 모른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치매 때문에 온 가족의 삶이 망가져버리는 현상,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급합니다.
김범주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기자>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79살 김모 할머니.
뜻 모를 이야기를 계속 중얼대고, 잠시 눈이라도 떼면 차고 있던 기저귀를 갈기갈기 찢어놓기 일쑵니다.
[이미라/보호시설
관계자 : 할머니를 풀어놓으면 몸을 가만히 놔두질 않으세요. 밤에도 잠을 한숨도 안 주무시고 계속 중얼거리고...
]
54살된 김할머니의 친딸은 이런 어머니를 마구 때렸다가 지난 16일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지난 3월 부산에서는 치매를 앓던 85살 어머니를 유원지에 버려, 물에 빠져 숨지도록 한 비정한 아들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치매 환자의 가족들은 이런 행동을 비난만 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두세살 아기처럼 돼버린 치매 환자와 함께, 가족들의 삶도 형편없이 망가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최모
씨/치매환자 가족 : 나가서 3일만에, 이틀만에 찾게되고, 방에서 다 끌어내서 짐을 싸놓고 있어요. 어디 가냐고 그러면 집에 간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
치매 노인을 다루는 전문 요양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정모
씨/치매환자 가족 : 요양원 새로 생겨서 신청해봤더니 아들 있고 딸 있다고 안돼. 여기만 해도 150인데 그 돈을 조달할 방법도 없고...
]
정부는 2천 7년부터 공적 노인요양 보장제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게 많습니다.
[이성희/한국치매가족협회
회장 : 중간관리자나 간병인도 많이 필요한데 체계적인 양성 교육시스템도 없는 상황이라서 걱정이 됩니다.
]
현재 33만명으로 추산되는 치매환자 수는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는 10년쯤 뒤엔 6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방치되 온 치매노인들 문제,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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