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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전주 공사...절반이 접지 불량

김천홍

입력 : 2004.06.13 19:55|수정 : 2004.06.1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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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거리에 전주를 세울 때는 낙뢰피해를 막기위해 땅속에 구리막대를 함께 묻는 접지시공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서울시만 해도 전주의 절반 이상이 접지시공 불량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장 장마철은 다가오는데 한국전력측은 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김천홍 기자가 그 현장을 고발합니다.

<기자>

지난 4월 16일 감사원이 한국전력에 보낸 통보문입니다.

한전이 2002년과 2003년에 서울시내에 세운 전주 2만 7천 개 가운데 50% 가량이 부실 접지시공됐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옥창/감사원 감사관 : 우리가 두 번에 걸쳐서 여섯 군데를 팠는데요, 한 50%, 절반정도가 부실. 설계 기준에 미달되게 시공이 돼있어 가지고...]

이 같은 전주의 부실 접지시공은 서울시만의 일이 아닙니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주택가 인접지역. 22900볼트의 고압선에 변압기가 세 개씩이나 매달린 전주입니다. 그러나 이 전주의 접지공사 역시 엉터리로 시공됐습니다.

한국전력이 스스로 정한 지침서에는 접지용 구리막대를 전주에서 0.5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묻도록 돼 있습니다.

[유해진/창명중전기대표 : (얼마요? 50cm요?) 여기다 하나 묻어야 돼는 것이구요. ]

하지만, 이 전주의 구리막대는 지면에 드러난 채로 전주 바로 옆에 엉성하게 꼽혀 있습니다.

벼락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 지 접지저항을 재봤습니다. 변압기가 설치된 전주의 접지저항은 25옴 이하이어야 합니다.

[(얼마 나와야 되요?) 이 전주는 25옴 이하로 나와야 됩니다. (그런데 340 아닙니까?) 예, 340입니다.]

기준치보다 14배나 높습니다. 벼락이 칠 경우 이 전주에 설치된 변압기는 모두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땅속에 묻혀 있어야 할 전주지지대가 지면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냥 흙만 덮어 놨네요.) 예, 흙만 덮어놓은 상태죠. 지하 50cm 이하로 묻혀야 되거든요. (이거 쓰러지지 않을까요?) 위험하죠. 장마때 토사현상이 일어납니다.]

접지시공을 아예 빼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구시의 한 간선 도로변. 22900볼트짜리 고압 전주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인구밀집 지역에선 반드시 접지시공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현장관계자 : 중간 중간에 하나씩 넣어요. (뭘요?) 접지선을...(다 넣는 건 아니고?) 다 넣는 건 아니에요.]

이처럼 엉터리 부실공사가 가능한 것은 한전이 감독을 소홀히 하기 때문입니다. 접지공사비를 청구할 때 협력업체는 반드시 파묻기 전에 찍은 현장사진을 첨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진이 없어도 한전은 꼬박꼬박 공사비를 지급해 줍니다.

[협력업체 관계자 : 감독은 책임에 소홀하고 업자는 감독을 속여 공사를 안 한 것도 했다고 하고 (공사비)청구하는 것이요. 암만 감독이 멍청해도 그것은 알 것 아니냐... 그럼 결과적으로 돈이 오간다는 얘기 아니요.]

접지시공이 부실하면 전주의 낙뢰피해가 늘어납니다. 과전압 때문에 가정의 가전제품들도 나쁜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한전은 감사원이 지적한 서울시내 전주의 접지상태 조차도 크게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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