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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경기불황에 '비끼'도 신종 직업

유성재

입력 : 2004.06.06 19:57|수정 : 2004.06.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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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흔히 술집이나 유흥업소의 호객꾼을 '삐끼'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삐끼가 사실상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불황속에서 청년실업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아예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잡는 분위기입니다.

유성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관광특구로 지정된 서울의 한복판 북창동 거리. 늦은 밤, 취객들이 거리로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 호객꾼이 다가섭니다.

[현금 50만원에 양주 두개, 맥주는 서비스, 아가씨들도 자신있어요.]

뿌리치고 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 곳곳에서 실랑이도 벌어집니다.

[가게 앞으로 구역이 정해져 있어서 우리가 넘어가질 못하니까 계속 잡는 거예요. 얘기 한 번 들어봐 달라고.]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아줌마들이 거리를 차지합니다.

근처 미용실에서 고용한 사람들입니다.

[잘해줄께. (바쁜데요.) 아냐, 해봐. 빨리 해줄께. 손님 없다니까...]

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역 주변에선 학원 광고전단을 돌리는 사람들이 시민을 막아섭니다.

[오라고, 학원 오라고. 이렇게 (전단) 돌려야지. 안돌리면 잘 안오잖아.]

중고차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딴 데 가셔도 돼요. 제가 같이 다녀 드릴게요. 혼자 다니시면 모르시잖아요.]

이렇게 호객꾼이 급증한 것은 경기 불황으로 이들을 찾는 업소가 늘어난데다, 이들 역시 자신을 업소의 영업맨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수입도 청년실업의 대체수단이 될 만큼 뒷받침 된다는 설명입니다.

[하루에 14시간 노동해서, 한 달에 3백만원 벌죠.]

물론 아직은 아르바이트 성격이 짙습니다.

[이 가게에서 1년 정도 있다가 딴데로 또 옮겨야 하고...그렇죠.]

이들로 인한 폐해도 여전합니다.

지하철역 주변은 시민들이 억지로 받았다가 버린 전단지로 쓰레기장이 되고, 일반 상인들은 장사가 안 돼 울상입니다.

[식사 손님이 들어왔는데, 여기저기서 잡으면, 그 골목 지저분해서 못가겠다, 그럴 수 있죠.]

현행법상 호객행위는 명백한 경범죄 위반에 해당하지만, 단속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 사람이 삐낀지 아닌지 알 수가 없죠. 그냥 지나가다 보면 단속이고 뭐고 안되는거야.]

불법 호객과 바가지로 대변되는 속칭, '삐끼'.

하지만 삐끼는 이런 부정적인 인식 속에서도 우리 사회 상거래 과정의 한부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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