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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나는 왜 아빠와 성이 달라요?

김천홍

입력 : 2004.05.30 19:39|수정 : 2004.05.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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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요즘 이혼도 많지만 반면에 재혼으로 행복을 찾은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재혼하기 전에 아내가 낳은 아기는 새 아빠의 성을 쓸 수 없는 것이 우리 현행 법입니다. 그게 그렇게 큰 문제냐는 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이런 자녀를 보다 못해 불법 행위까지 저지른 한 새아빠의 안타까운 얘기가 오늘 김천홍 기자의 현장속으로 입니다.

<기자>

부처님 오신날. 모처럼 짬을 낸 김진수씨가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아이들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까지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3년 전 지금의 아내와 재혼한 김씨는 새삼 가족의 소중함이 가슴깊이 느껴집니다.

[김진수(가명) : (재혼할 때 구성이 어떻게 돼있었어요? 아빠하고?) 큰 애하고 저하고. 작은 애하고 엄마하고.]

그러나 모처럼의 나들이에서도 아내와 아이들을 바라보는 김씨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자신과 성이 다른 작은 딸의 호적문제 때문입니다.

[같은 학교 보내고 같이 한 집에 사는데 성이 다르다는 것은 너무도 아이들한테 큰 상처를 주는 것 같고...또 주위 (재혼부부들)에서도 성이 다르다는 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도 몇 봤고...]

[박희정(가명)/아내 : 엄마는 난데 성은 다르다, 그러면 아이들이 놀림을 당하죠, 왕따 당하고 놀림을 당하고...]

지난해 9월 김씨는 자신과 성이 다른 작은 딸아이를 길에서 잃어버렸다며 경찰에 허위로 실종신고 했습니다.

[구자면/경감,과천지구대장 : 여기보니까 15시경에 미아발생신고 접수가 됐네요.]

[아, 여기 있네요, 오후 3시에.]

실종신고 된 작은 딸은 전국에 수배됐습니다. 이를 확인한 김씨는 작은 딸의 성과 이름을 바꿔 자신의 호적에 올렸습니다.

작은 딸은 김씨와 생부의 호적에 각각 다른 성과 이름으로 이중등재됐습니다.

[나는 내가 조금 희생을 하더라도 진짜 아빠,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은 우리가 감수하자.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호적에 붙어 있는(생부의) 성으로는 아이한테 해준 게 뭐가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잖아요. 키우길 했습니까, 먹여주고 입혀주길 했습니까, 아이한테 사랑을 줬습니까.]

그러나 김씨는 곧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작은 딸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김씨의 불법출생신고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넘겼기 때문입니다.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데려다 키워서 훌륭하게 성장 시키고 싶은데 그것이 법 때문에 안 된다면...]

하지만 처벌뿐 만이 아닙니다. 작은 딸은 김씨의 호적에서 강제로 지워지게 됩니다.

[(호적을 예쁘게 만들려는...아버지의 딸로써... 이 시도는 어떻게 됩니까?) 안 된다고 봐야죠. 물거품이 된다고 봐야 되겠습니다. (실패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재혼 전 아내가 낳은 아이를 자신의 친자식으로 만들려던 김씨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자녀의 성이 서로 다른 재혼가정은 매년 15만 가구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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