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휴대전화 번호 가운데 2424, 8282 같이 기억하기 쉽고 사업에도 유리한 번호를 ´골드번호´라고 부릅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이 골드번호를 따로 챙겨서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는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기동취재 임상범 기자입니다.
<기자>
한 인터넷 경매사이트입니다. 골드번호가 수십만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국과 번호까지 좋은 이른바 A급 번호들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
[골드번호 구입자:3이 네 개라던가 5가 네 개라던가, 계속 연결되는 경우는 1천만원이 넘죠. 퀵서비스 같은 경우 8282는 거의 생명이죠.]
그런데 하나 갖기도 힘든 이 골드번호를 한 사람이 수십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이 판매자와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골드번호
판매자:(많이 올라 있던 데요?)
아, 예. 다 제가 올린 거예요. 워낙 고가라 제주도까지 갔다 왔어요.]
그는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더니 본사 내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귀띔합니다.
[골드번호 판매자:이동통신사에서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서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 쪽 직원하고 통화를 해 갖고 해달라는 거 다해주고 갖고 오는 거예요.]
국가의 자산인 전화번호를 통신사업자가 영리 목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입니다.
문제의 이동통신사 본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아예 골드번호 존재자체를 부인합니다.
[이동통신사
본사 직원 : 골드번호라는 건 없어요. 번호는 무작위로 하죠. 고객이 원하는 걸로.]
그러면서 골드번호 판매는 일부 대리점만의 문제라고 떠넘깁니다.
[대리점들이 워낙 수완들이 좋아서 본사 머리 위에서 놀아요. 우리는 직원이 개입됐다고 보질 않거든요.]
과연 본사와는 무관한 지 일선 영업점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영업점
직원:(골드번호는 누가 가지고 있나요?)
본사 웃어른 들이 가지고 있죠. (골드번호는 누구한테 주는 겁니까?) 우수 고객들 , 비싼 이용요금을 쓰는 분들께 드리는 거죠.]
취재결과, 법으로 금지된 골드번호 마케팅이 본사차원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이동통신사
본사 직원 : 골드번호를 안 할 수가 없죠. 번호 판 값 받고 신규고객 유치하고 또 거기에 번호사용료랑 마진이 나가는 거죠. 일석 삼조죠.]
한 이동통신사의 경우 번호 1만개 당 390개꼴로 7등급으로 나눠 골드번호를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배분 대상은 충성도가 높고 비싼 요금을 내는 우수고객들. 일반 고객들에게 돌아갈 골드번호는 없는 셈입니다.
[골드번호
구입 희망자 : 2424 번호를 받으려고 5천만원이나 얘기하더라고요.대리점 갔더니 그런 번호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동통신사 본사직원:골드번호는 3사 다 가지고 있어요. 함부로 풀 순 없죠. 우리의 자산이니까요.]
엄연히 국가의 자산인 전화번호가 돈벌이에 이용되고 있는데도 관리감독기관인 정보통신부는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
담당공무원:그게 좀 애매한 문제라.
골드번호 마케팅을 규제할 수 있는 지는 검토를 더 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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