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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제2 인생' 연 화려한 실버

조지현

입력 : 2004.04.1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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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평균 수명은 길어지는데, 은퇴는 자꾸 빨라지고 우리 사회 노년은 초조합니다. 하지만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멋지게 보여주는 은발의 택시운전사가 있습니다.

테마기획 조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잠원동!]

[네, 어서오세요.]

올해 환갑인 김기선씨는 3년차 택시 운전기사입니다.

[이 차에 타시면 우선 껌하나 드셔야 돼요.]

김씨는 2년반 전까지만 해도 한 저축은행의 전문 경영인이었습니다.

17년동안 운전기사가 모셔다주는 차만 탔던 김씨는 사장 임기를 1년 남기고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습니다.

[김기선 /택시운전사 : 어느 직업도 70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런데 개인택시는 90까지 할 수 있으니까.]

환갑엔 꼭 개인택시를 몰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도 있었습니다.

김씨는 운전을 하면서 그 동안 사무실에서는 알지 못했던 인생의 참맛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김기선 /택시운전사 : 난 임산부, 장애자, 환자들을 먼저 태워요. 그런 분들과 얘기를 해보면, 인생의 진실한 게 많다고.]

늘그막에 무슨 택시 운전이냐며 처음엔 반대했던 가족들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김씨의 모습에 이젠 박수를 보냅니다.

[김유진/김기선씨 아내 : 주위에서 막 업어주라 그러니까, 정말로 집에 있으면 어쩌나 싶기도 해요.]

올해 8월부터 개인 택시를 몰게 되면 장애인과 노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음 놓고 무료로 태워줄 생각입니다.

[김기선 /택시운전사 : 옛날에 내가 뭘 했고, 어떤 위치에 있었다는 게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그런 거 다 잊고 처음부터 시작하면 모든 일이 다 즐겁고, 열심히 하면 되니까.]

몸을 낮추면 세상이 넓게 보인다는 김씨는 힘이 다할 때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김기선 /택시운전사 : 조그만 재미, 내가 일하고 끝나고 이렇게 청소하고, 끝냈다는 만족감, 이런게 다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