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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의 확산과 오보의 확산

김영환

입력 : 2004.02.18 00:09

'증권가 화재' SBS 오보소동의 교훈


디지털이 가져온 새로운 정보격차 (digital divide)가 우리 현실의 한 측면을 설명하는데 분명히 유용하다고 해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정보의 민주화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는 사실 역시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정보를 차단하는 정치적. 제도적. 기술적 장벽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정보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혁명의 진전에 따라 이제 권력기관, 언론기관, 기업의 경영진 등은 더이상 정보의 차단과 독점을 통한 권력을 행사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런 추상적인 얘기들은 대형 포털 사이트들을 들여다보면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온갖 뉴스 소스들을 모아놓은 포털 사이트의 뉴스 코너를 보면 빠르고 다양한 뉴스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뒤질세라 각 언론사의 인터넷 사이트들도 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영향력이 커진 만큼 위험성도 높아져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으며 특히 많은 네티즌이 몰리는 대형 포털에 오른 기사는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집니다. 그 영향력은 포털의 것일까요, 아니면 그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의 것일까요? 분명한 것은 그 기사가 특정 방송의 뉴스 또는 신문에만 나왔으면 가지지 못했을 영향력을 포털을 통해서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영향력이 커지면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집니다. 인류가, 특히 미국이 비축해 놓은 핵무기가 전세계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것처럼, 세계의 컴퓨터망이 더욱 긴밀히 연결될 수록 바이러스가 가할 수 있는 피해의 규모가 커지는 것처럼, 정보의 확산이 빠르면 빠를 수록 잘못된 정보가 가져올 수 있는 혼란과 피해도 커진다고 하겠습니다.

SBS 인터넷 오보의 전말

SBS 인터넷 뉴스는 최근 그런 오보의 확산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실감했습니다. 17일 오후, SBS 인터넷 뉴스는 "여의도 증권가 건물화재로 10여명 부상"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 기사는 100% 오보였습니다. 새 디지털 시스템에 따른 시험방송을 위해 작성된 가상의 기사가 내부 처리과정에서의 실수로 유출된 것입니다.

기사가 나가고 얼마 뒤에 SBS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의 전화를 받고 그 기사가 오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즉시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그 길지 않은 시간동안 문제의 기사를 네티즌들이 많이 보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이어서 SBS 뉴스를 제공받는 포털 사이트들에도 연락하고 모바일 기사도 재빨리 바꾸었습니다. 자, 일단 응급처치는 끝났고 다음 조치는? 정정기사를 써야할까? 아니면 공지사항 코너에 오보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먼저 올려야 할까?

잠시 생각하며 한 포털 사이트를 열어보니 "SBS 증권가 화재 오보소동"이라는 기사제목이 보였습니다. 경제전문 인터넷 언론사의 속보기사였습니다.

"17일 오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때 아닌 화재 뉴스로 메신저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한 방송사의 인터넷 뉴스 홈페이지에 보도된 '여의도 증권사 대형 화재' 소식에, 서로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메신저가 폭주했다."

한 언론사의 내부 취재정보를 인터넷에 그대로 내보내는 다른 코너에서는 오보를 하게 된 우리의 내부사정이 나와있었습니다. "SBS 화재기사 오보... 내부 리허설 기사를 실수로 내보내"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와 얘기한 내용이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만인이 접속하는 인터넷에 오른 것입니다. 과거에는 기자실 내부에서 알려지고 회사에 '정보보고'만 되는 내용인데 말이죠.

그 짧은 시간에 일련의 일들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오보가 인터넷에 뜨자 곧 사람들의 확인소동이 벌어지고, 그 소동이 다시 기사화되고, 이어 오보의 과정이 기사화되는 일들이 불과 2,3시간만에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사과의 메시지를 담은 정정기사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지요.

오보 소동으로 얻은 값비싼 교훈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이 기사의 내용이 "00그룹 부도" "000씨 사망" "서해안에서 남북한 교전" 같은 기사였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위험이 인터넷 언론에 상존하고 있고 실제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맥락을 크게 잘못 잡은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오른 것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불안에 시달리지 않았을까요?

오보는 물론 인터넷 언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보를 줄이고 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모든 언론의 오랜 숙제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언론환경은 그 오보의 확산을 훨씬 쉽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경각심을 갖게 만듭니다. 특히 여러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받아 다시 배포할 뿐 그 기사의 정확성과 가치를 일일이 판단할 수 없는 포털 사이트 같은 새로운 개념의 언론은 오보에 더욱 취약한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보의 의도적인 왜곡, 사이버 테러 같은 불순한 시도들로부터 사이버 공간과 인터넷 언론의 건강성을 지켜나가는 일의 의미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실패할 경우 초래될 피해가 커지는 만큼 말입니다.

이번 오보 소동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이번 일을 통해 얻은 인터넷 언론의 책임에 대한 값비싼 교훈을 네티즌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