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에 대한 단상
"제헌이래 최악의 국회다"
요즘 시중에서 16대 국회를 부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당장 눈 앞에서 천문학적인 불법자금과 무책임,
무소신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 때문일테지만 공정한 평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16대 국회가 아무리 무기력했더라도 어찌 독재 권력에서 거수기 노릇을 했던 국회들보다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왕적 지도자'가 정해준 지침에 익숙해 있던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제왕적 지도자'와 '지침' 이 사라진 의정현실에서 활동의 자유만 누렸을뿐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못했고, 어느 정권보다 정치권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 검찰이 불법자금을 속속 밝혀내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부패해 보일뿐이라는 평가가 균형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16대 국회가 훌륭한 국회이며 활동을 잘 하고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니 오해하지는 마시길....
서론이 길었군요.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이끌어 내는 것" 이라고 합니다.
다시말해 각 정파들의바람직한 의정 활동의 모습은 '다름' 을 인정하고 '토론'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겠죠. 국회 출입기자로서 1년 정도 활동하면서 가장 이런 '정치적 의정활동' 을 했던 곳을 꼽으라면
아마 '2차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선거법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난해 4월 1차 정치개혁특위가 꾸려졌습니다. 그러나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연말에
결국 사회적 비난여론을 한 몸에 받는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려 했고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몸싸움만 벌인채 활동이 종료됐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꾸려진 것이 바로 '2차 국회 정치개혁특위' 였습니다.
수 십차례 법안을 심사하는 회의를 열었고, 지난 9일 마침내 '돈 선거를 막고, 정치신인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내용의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안 내용은 이미 보도가 됐기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법안심사 과정을 쭉 지켜본 기자로서 주목하는 것은 민감한 '의원정수 문제'를 포함해
현역의원들이 결정하기 어렵고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법안 내용을 토론을 통해 조율해 합의했다는
것입니다.물론 2차 정치개혁특위가 내놓은 안이 '정답' 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사회가 비판하는 것처럼 비례 대표를 10석 정도 줄어들게 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활동 초기에 법안심사위원회를 들어가보면 결코 각 당의 입장이 조율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팽팽한 주장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후원회 폐지', '지구당 폐지 문제', '인터넷 실명제'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합의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어떤 의정활동 보다 달랐던 점은 서로의 주장을 치열하게 제기한 뒤 타당성이 있는 쪽으로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 자세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정개특위 활동에 대한 여론의 비판도 중요한 압력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활동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17대 국회가 최소한 이 정도 모습만 여야가 보여 준다면 좀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아!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정개특위에서 통과된 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거치지
않았고, 의원정수 문제를 합의만 했을뿐 의결한 것은 아니니까 언제 다시 과거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돌릴지는 모르는 일이기때문입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 봐야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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