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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비준 무산 파장 심각

고철종

입력 : 2004.02.10 19:09|수정 : 2004.02.10 19:09

국제 사회에서 통상 미아로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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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한.칠레 FTA 비준이 또다시 무산됨에 따라 당장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통상 미아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 전반에 또다른 대형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철종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 : 노무현 정부가 농업이 망해가는 것을 알면서 대책이나 비전이나...]

[안영근/열린우리당 의원 : FTA를 막는다고 해서 개방의 물결을 외면할 수 없으며...]

이번에는 통과되리라던 기대는 또 다시 산산이 무너졌습니다. 세번째 국회 비준 실패입니다.

[박봉규/산자부 무역실장: 외국과 통상을 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에 모든 국민이 공감을 하면서도 어제 비준이 무산되고 나니, 허탈한 심정입니다.]

모두가 국익을 내세워 찬성하고 반대한다는 FTA.

모든 나라를 하나의 기준으로 묶는 다자간 무역협정이 실패하자 이해관계가 부합되는 나라들끼리 맺는 1대1 협정입니다.

상대국 수출품에 관세를 줄여 값을 낮춰주고 상대국에 투자할 때에도 세금혜택을 주자는 것입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어제도 미국과 호주가 새로 FTA를 체결하는 등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148개국 가운데 한국과 몽골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FTA를 체결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4년간의 협상 끝에 지난 2002년말 처음으로 농업강국 칠레와 FTA 협정 타결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FTA로 인한 농민들의 타격을 우려해 쌀과 사과, 배는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또, 불가피한 시장 개방피해에 대해서는 예상 금액의 두 배인 1조5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외형상 농업부문에 큰 피해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선거를 의식한 국회가 앞장서 외국 정부와 맺은 협정을 내팽개치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당장 걱정은 우리나라의 국제 신인도 추락입니다.

[김진표/부총리 :FTA도 하나 맺지 않고 어떻게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팔 수 있겠습니까.]

칠레에선 한술 더떠 한국에 유리한 FTA를 이참에 파기하자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쉬미트/주한 칠레대사 : 칠레 국민들은 세번씩이나 연기된 데 대해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낄 것입니다.]

칠레 시장에선 시장점유율 3위였던 우리 자동차가 불과 몇달새 5위로 추락했습니다.

다른 시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해 FTA 미체결로 인한 우리나라 수출 피해는 한해 6억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사정이 이렇지만 농민들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서정의/전국농업경영인협회장 : 농업정책에 있어서 그동안 한두번 속은 게 아닙니다. 불신이 상당히 크죠.]

한.칠레 FTA가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협정의 시금석이란 점도 농민들이 쉽게 받아들일수 없는 이유입니다. 성급한 정책 결정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현오석/무역연구소장 : 앞으로는 이런 개방정책 쓸 때는 충분한 토의와 충분한 지지세력 확보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도도히 흐르는 국제사회의 흐름에서 주춤거릴 동안 우리가 품은 국민소득 2만달러의 꿈도 멀어지고 있습니다. 소탐대실의 결과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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