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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홈런과 스트라익 아웃"

정성엽

입력 : 2004.02.04 17:02


"사람들이 전부 야구를 보면서, 홈런 치는 것만 생각을 합니다. 스트라익 아웃을 생각하지 않고 말입니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팀의 이준범 특별검사보가 오늘 브리핑 도중 "현재 심정이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 뜬금없이 내뱉은 선답입니다.

이준범 특검보는 김진흥 특별검사 휘하의 3명의 특검보 중 양길승씨 비리 의혹을 전담하고 있는 사람이지요.

지난달 5일 현판을 내걸고, 의욕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특별검사팀.

1차 수사만료기간인 60일의 절반인 한달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기자는 수사팀의 심경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선뜻 이해가 안되는 이 특검보의 이 말에 기자들 사이에선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그 중에 가장 공감을 얻은 뜻풀이는 이렇습니다.

"의혹을 증명해 측근들의 부정함을 밝히는 것이 홈런으로 표현된 것이고, 반면 의혹을 열심히 수사해보니 근거없는 낭설이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스트라익 아웃으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스트라익 아웃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

다시 말하면 최도술,양길승,이광재씨 등 대통령 측근에게 씌워진 의혹을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의혹이 단지 의혹에 불과해 근거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도 특별검사의 몫일 수 있다는 의미지요.

뜻풀이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이 특검보의 말은 원칙적으로 '이의를 달 수 없는' 옳은 말입니다.

세간의 루머나 의혹이라는 것이 항상 진실일 수는 없습니다.

또 특검 자체가 다소 정략적인 의도에서 시작된 것도 사실이구요.

그렇다면 특검팀이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가 의혹을 증명하는 것이건, 의혹을 클리어한 것이건 상관없이 결과를 수긍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특검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도, 이 말이 왜 벌써 튀어나왔을까라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특검팀의 수사성과가 생가보다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아직 특별검사 수사기간이 최소 한달이상 많게는 두달 이상이 남아 있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재까지 특검 수사상황은 부산지역 건설업체로부터 300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도술 전 청와대 청무비서관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아직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여군데가 넘는 곳을 압수수색하고, 계좌추적반이 동원돼 매일 최도술씨와 이영로씨 등의 관련계좌를 이잡듯 뒤지고 있지만, 별반 성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노무현 캠프측에 썬앤문 95억원이 제공됐다는 의혹도 근거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난 상태구요.

청주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가 자신의 살인교사 혐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정치권에 거액을 뿌렸다는 의혹도 아직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진흥 특검도 "답답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현재까지 수사결과에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와중에 나온 이특검보의 발언은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수사 결과를 예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말입니다.

의혹을 클리어하는 것도 명백한 특검의 몫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수사 성과가 별다른 게 없는 시점에서, 또 수사가 아직 계속 진행중인 시점에서, '스트라익 아웃'에도 관심을 쏟아달라는 말은 온당치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특검팀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습니다.

또 특검팀은 반드시 홈런을 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조바심 내지 말고, 끝까지 관련 의혹들을 밝히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 특검팀에 바라는 모습 아닐까요?

야구를 보면 홈런이나 스트라익 아웃도 즐겁지만, 진짜 환호는 9회말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주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