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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으로 쓴 편지'

김우식

입력 : 2004.01.25 19:15|수정 : 2004.01.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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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필기구조차 없는 감옥에서 성경의 글자를 하나하나 오려붙여 편지를 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기막힌 일이 실제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다 체포된 한 한국인의 이야기인데, 어떤 사연인지 김우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1월 중국 산둥에서 탈북자들의 탈출을 돕다 체포돼 징역 5년형에 처해진 최영훈씨.

그가 서울에 있는 가족에게 눈물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편지지는 물론 필기구조차 없는 구치소에서 최씨가 이용한 것은 성경과 밥풀. 단어 하나하나를 성경에서 찾아 오린 뒤 신상명세서에 붙여 편지를 만들고 교도관의 눈을 피해 면회온 사람에게 건넸습니다.

하루 8시간씩 자그마치 17일 동안 만들었다는 이 편지에는 구구절절 애틋한 가족 사랑이 배어있습니다.

이달 초 편지를 전달받고 종이가 닳을 정도로 읽고 또 읽었지만 아내는 매번 목이 메입니다.

[김봉순/최용훈씨 아내 : 너희 어머니를 매일 기쁘게 하는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되어주기를 이 아버지는 바라고...]

최씨는 편지에서 인간을 사랑한 죄밖에 없고 선을 행하다 고난을 받았다며 자부심을 나타냈습니다.

[김봉순/최용훈씨 아내 : 얼마나 우리가 그리우면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하려고 했는지 너무 고맙죠.]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남편에게 약조차 건네주지 못하는 아내는 남편이 하루빨리 가족품으로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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