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에 근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청률을 너무 의식하면 프로그램이 선정적이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시청률이란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이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불황기에는 더욱 시청률 표에 눈이 자주 가게 마련입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비를 줄이면서도 광고의 효과는 높이려 할 것이고 자연히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이 때문에 “시청률이 높은 어떤 프로그램은 연장 방송을 한다”느니 “어떤 프로그램은 조기에 종영을 한다”느니 하는 기사가 가끔 신문 방송면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청률 표를 보면 신기한 일이 한가지 있습니다. 방송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시청률이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심야 시간대 같으면 TV를 보다가 잠이 들 수도 있겠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대낮에도 시청률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워낙 큰 사건 사고도 많고, 나라를 뒤흔드는 엄청난 발표도 있고 하기 때문에 방송이 없는 대낮 시간에도 갑자기 뉴스 속보를 자주 합니다. 아마 이런 뉴스 속보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1965년 미국 뉴저지에서는 쓸모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대형 통신 안테나를 다른 곳에 재활용하려고 두 사람이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들려오는 잡음 때문에 도무지 재활용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정한 방향에서 오는 것도 아니었고 계절이나 날씨와도 상관없이 이 잡음은 계속됐습니다.
이들이 처음 발견한 이 잡음은 나중에 논문을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잡음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펜지어스와 윌슨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두 사람은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로는 우주는 수백억년 전에 대폭발을 통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대폭발이 있었다면 당시에 발생한 빛이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성립합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빛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빛은 오랜 시간 먼 거리를 여행했을 테니 아마도 마이크로파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가설이었습니다. 펜지어스와 윌슨이 발견한 잡음은 바로 우주 대탄생 때 발생한 빛이었던 것입니다.
다시 TV 얘기로 돌아와 볼까요? 방송이 없는 채널에서 “치치..”하는 소리와 함께 무질서 하게 움직이는 무늬의 수많은 점들을 보셨을 것입니다. 이들 가운데 약 1%는 바로 수백억년 전에 일어났던 우주 탄생의 대폭발 때 발생한 빛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다시 방송이 없는 시간에 TV를 한번 켜 보십시오. 시공을 초월해 TV에 나타난 수백억년전의 우주 탄생의 비밀이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지 않습니까?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