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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 의원의 '멍든 눈'

정명원

입력 : 2003.11.13 08:15

-정치권도 탈 권위주의? -


열린 우리당이 어제(11일) 중앙당 창당을 하면서 공식 출범했습니다. 지난 9월 4일 민주당 당무회의 폭력사태 이후 창당주비위로 출발했던 신당논의가 두 달여만에 정식 정당으로 출범하면서 정국은 이제 본격적인 4당 체제가 됐습니다. 열린 우리당의 당헌 내용 상당부분은 민주당과 비슷합니다. 한 뿌리에서 나왔기때문일테죠. 하지만 크게 다른 부분이 두 가지 정도 있습니다.

하나는 원내 정당 지향입니다. 쉽게 말해 당의 권력을 원내 대표와 당 의장으로 나눠 한 사람이 당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끔 권한을 축소시킨 것입니다. 당의 정책개발과 다른 당과의 대외협상은 국회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가 맡고, 선거전략과 홍보는 당원들이 직접 뽑은 당 의장이 맡는 것입니다. 당사 자체가 없는 미국 정당보다는 다소 미약하지만 절충형 원내정당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하나는 여성과 청년의 정치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놓았습니다. 당의 각 분과위원장은 남녀 공동위원장을 선택했고, 각 위원회와 지도부에도 반드시 여성이 30%, 청년이 20% 참여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비례대표 선출이나 지역구에서도 여성에 대한 특혜가 있어 역차별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딱딱한 이야기를 잠시했습니다. 사실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어제 창당대회에서 있었던 일종의 해프닝입니다. SBS TV로도 생중계 됐던 창당대회를 유심히 보신 분은 알겠지만 어제 상임의장으로 추대된 김원기 의장의 눈 주위가 퍼렇게 멍이 들었습니다. 축사를 하는 도중 Close-Up 화면을 보니 너무 눈에 띄게 부어있어 혹시 누구에게 맞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 정도 였습니다.

알아보니 행사시작 전에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김 의장에게 명찰을 달아주던 박 모씨라는 당직자가 바쁘게 움직이는 바람에 박씨의 머리와 김 의장의 눈이 세게 부딪쳤습니다. 다친 부위가 워낙 넓어 어제 이후 김 의장은 안경을 쓰게 됐죠. 오늘(12일) 아침에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김 의장을 다시 봤을때 눈 주위가 훨씬 더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김 의장은 농담조로 "어제 내 눈을 다치게 한 사람은 어느 계보야?" 라고 했고, 박씨를 열린우리당에 불러 일하게 했던 박양수 전 의원이 조금 우물쭈물하더니 "제가 데리고 온 사람입니다." 라고 하더군요. 옆에있던 정동채 홍보기획단장이 "예전같으면 당 대표를 다치게 하면 징계위원회 회부감이죠" 라며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졌습니다.

사회 전반에 탈 권위주의 물결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던 정치권도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어제 당 의장의 '멍든 눈'을 만든 주인공인 당직자가 별 탈없이 일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