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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서열 23위의 의미

조성원

입력 : 2003.10.07 09:38

"권력 서열은 북한이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송두율 교수에 대한 처리 방향를 놓고 우리 사회의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송 교수의 북한 내 입지는 물론 구체적인 정치 활동에 대한 사실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송교수가 김일성 사망시 장례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과 그가 권력서열 23위의 '상당한' 실력자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의문을 낳고 있는데,  과연 '북한 권력 서열의 23위'의 의미는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1.권력 서열이란 어디서 나온 말일까

한국 언론이 쓰는 '북한 내 권력서열' 이라는 것은 북한이 발표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정부와 언론이, 주석단(중요한 북한 정치대회 때 단상) 앉는 순서를 보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앞에 앉은 사람이 서열이 더 높지 않겠느냐 추정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것은 엄연히 의전 서열 입니다. (우리의 경우 총리나 국회의장이 의전상 상위지만, 청와대 비서실장보다 실제 권력을 많이 갖고 있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2. 정치국 후보위원도 명단이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역시 명단이 배포되는 게 아닙니다. 이 명단은 노동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중앙위원회' 때 참석자 이름을 부를 때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신 김정일 동지' 어쩌고 하면, 우리 정보기관이 '아, 김정일이 상무위원이구나' 하고 아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6기 23차 전원회의로, 지난 93년 말에 열렸습니다. 10년 동안 한번도 이 대회는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왜 안열리느냐. 김일성이 죽고 나서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대신 국방위원회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앙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정위원, 후보위원이 어떻게 바뀌었는 지를 알 방법이 없죠.

지금 통일부가 발간하는 '북한 인명록'에 나와있는 상무위원,정위원,후보위원은 지난 93년 마지막 중앙위원회에서 우리가 알아낸 명단입니다. 다만 매년 이 가운데 사망자가 나오기 때문에, 지금 통일부가 파악중인 명단은 93년에 발표된 명단 가운데 사망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의 명단입니다.

현재는 상무위원은 김정일 하나, 위원은 김영남 등 6명, 후보위원은 홍성남 등 7명입니다.처음에는 상무위원이 김일성, 김정일, 오진우 세명이었는데, 다 죽고 지금은 김정일만 남은 거지요.

중요한 것은, 10여명의 후보위원 가운데 마지막이 남파간첩으로 유명한 '이선실' 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잘 기억하시구요.

3. 그렇다면 장례위원 23위의 의미는 무엇인가?

장례위원은 역시, 북한 내 최고권력기관인 노동당 정치국의 의전 순서대로 이름을 올립니다. 김일성이 죽었으니, 당연히 장례위원 1위는 김정일, 2위는 오진우겠죠?

그 다음은 정치국 정위원 이름이 올라갑니다. 당시에는 10여명 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정치국 후보위원 이름이 올라갑니다. 당시 후보위원은 10여명 이었습니다. 후보위원의 마지막은 이선실이었고, 이선실은 장례위원 22위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23번째에 김철수가 올라 있으니, 안기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김철수가 누구냐, 이렇게 된거지요.

후보위원 다음은 노동당 비서가 올라갑니다. 24번째, 25번째 이렇게 노동당 비서가 올라가는데 다음이 김국태, 황장엽, 김용순, 등등 이렇게 순서가 나가는 걸로 기업합니다.

따라서 '황장엽보다 김철수가 파워가 있다'는 주장은, 북한을 잘 모르는 소리죠.

정리를 하자면, 후보위원으로 파악된 사람 가운데 마지막인 이선실 다음에 김철수라는 인물이 올라 있었고, 그 다음에 예정대로 노동당 비서 이름이 올라 있었으니, 안기부는, 그 사이에 끼어있는 김철수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여러가지 정황으로 판단해 그를 송두율로 확신한 겁니다.

4.그 김철수가 송두율?

따라서 장례위원 23번째의 김철수는 송두율이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김철수, 즉 송두율이 권력서열 23위다, 이런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후보위원과 당 비서 사이에 김철수를 끼워 넣은 이유는 정확치 않습니다. 아마도 김철수 즉 송두율에 그만한 대우를 해 주면서 이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세월은 10년이 지났고, 북한은 김철수 건에 대해 일체의 언급이 없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조용히, 먼산을 바라보면서 모른체 하는 것이지요.

국정원 자료를 보면 북한이 김철수를 버리려 했다는 증거가 많이 나오고, 송두율은 그걸 보고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이제 송두율은 북에서도, 남에서도 버림받은, 그야말로 '경계인'이 되버린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