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책방 운영, 무료 전시관 열어
<앵커>
30년 동안 헌 책방을 운영하면서 모은 자료로 무료 전시관을 연 사람이 있습니다. 헌 책방은 상점이기에 앞서 도심 속 문화 공간이어야 한다는 곽현숙씨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죠.
테마기획, 남승모 기자입니다.
<기자>
70년대 인천의 대표적인 번화가였던 금곡동 배다리 철교. 헌 책방 거리 한 켠에 무료 잡지 전시관이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진열장을 따라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 잡지 ´소년´이 눈에 띕니다.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소학 국어독본은 당시 국어가 한글이 아니었음을 말해줍니다. 힘들었던 농촌 현실은 ´조선농회보´에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곽현숙/아벨 전시관장
: 농촌에 대한 모든 게 다 나와요. 표정들에, 그리고 결국에는 이게 우리나라의 그
경제죠.}
빈병 재활용을 강조하는 만화는 일제 치하, 어려웠던 생활상을 보여줍니다.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작은 공간이지만 52살 곽현숙씨의 30년 책 사랑이 담긴 곳입니다.
곽씨의 남다른 책 사랑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선물이었습니다.
{곽현숙씨
: 너네 아버지는 책을 보다가 할아버지에게 상고 머리를끄들려서 매를 맞았다, 돈은 안 보느라고... 그게 인제 꽃혀 버린 거죠.}
힘겹게 자라면서도 책이 좋아 책 외판원을 했고 결국 자리를 잡은 게 이 곳 헌 책방입니다.
경제 사정이 나아진 요즘 헌 책이 외면당하는 게 그저 가슴 아픕니다. 헌 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삶의 쉼터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믿음으로 올해 초
천만원을 들여 무료 전시관을 열었습니다.
{곽현숙씨 : 세워 놨다고가 다가 아니고요, 그게 시작인 것 같애요. 그리고
다듬어 나가야 되겠죠.}
헌 책에 담긴 진한 삶의 향기가 삭막해져가는 도심 속으로 퍼져가길 곽씨는 기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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