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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강제 송환…고아된 다섯살 민이

김천홍

입력 : 2002.08.24 19:16|수정 : 2002.08.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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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북한은 바뀌는가, 오늘(24일)은 마지막 순서로 탈북자인 엄마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뒤 고아 아닌 고아가 된 다섯살 어린 아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드립니다.

김천홍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5살 난 민이는 용정시 근교, 한 농촌에서 할머니와 함께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지난 97년, 아빠와 결혼한 엄마는 탈북 여성이었습니다.

탈북자들이 베이징의 외국 공관에 진입했다는 소식과 함께 마을이 어수선하던 지난 3월 어느날 밤 민이 집엔 무장 경찰 3명이 들이닥쳤습니다.

{민이 할머니/중국 용정시}
"일어서 가자하니까, 이렇게 붙드니까, 얘 엄마 하는 말이 ´이거 놓으라, 내발로 가겠다´ 하더군요.그러니 까 ´이 간나새끼 덤벼든다´하며 대뜸 족쇄를 채우더군요."

민이 엄마는 그날밤으로 용정시 무장경찰 부대에 설치된 탈북자 수용소에 수감됐습니다. 이곳에서 사흘을 보낸 뒤 민이 엄마는 개산군의 국경 다리를 건너 북한으로 송환됐습니다.

그리고 다섯달, 민이 엄마에게선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술로 날을 보내던 아빠마저도 지난 6월 어느말, 홀연히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습니다.

{민이 할머니/중국 용정시}
"아픈덴 없는데 어쨌든 부모가 없으니까 아이가 좀 다르죠. 애한테 신경질이 대단히 많단 말이예요."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사건이 잇따르면서 중국 무장경찰의 경비는 무척 삼엄해졌습니다. 또 전 국경에 걸쳐 케이블 카메라가 설치되고 강변엔 군견까지 등장했습니다.

민이가 할머니와 떨어지는 것은 엄마의 사진을 안고 있을 때 뿐입니다. 이런 민이를 보는 할머니의 가슴은 갈갈이 찢어집니다.

{민이 할머니}
"너를 어디로 보내면 되겠니. 꼬리표를 달아서 김정일한테 보낼까. 그렇지 않으면 널 어디로 보낼까. 강택민한테 보낼까 김대중한테 보낼까 내 이런 소리를 다해요. 너무 가슴이 절이고 할말이 없어가지고."

민이 할머니는 이 방송을 보고 북한이 민이 엄마를 꼭 돌려보내줬으면 좋겠다며 실낱같은 희망 속에 취재팀을 배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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