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농협, 당사자들 모르게 통장 발급

김호선

입력 : 2002.08.12 19:16|수정 : 2002.08.12 19:16

동영상

<8뉴스>

<앵커>

요즘은 가족의 통장도 본인 동의 없이는 개설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금융기관인 농협이 당사자들도 모르게 멋대로 통장을 발급했다가 물의를 빗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 김호선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화성의 한 마을입니다.한 건설회사가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기위해 지난 2천년부터 부지매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년이 넘도록 땅값조정이 안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협상을 간소화한다며 지난해 동네 이장에게 땅매매 협상을 맡겼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달 이곳 주민 39명은 난데 없이 자기 이름으로 된 농협의 통장을 이장에게서 건네 받았습니다.

{마을주민}
"돈 보낸 것도 몰랐어요. 자기들 멋대로 했으니까 저는 너무 억울하죠. 내가 내 아내 통장을 만들려고 해도 실명제때문에 안되는데..."

농협측이 주인도 모르는 통장 39개를 불법으로 만들어 땅값이 입금되도록 해 준것입니다. 농협측은 주민들의 통장이 필요하다는 동네 이장의 말만 들었다고 말합니다.

{해당 농협 지점장}
"원칙대로 하면 본인이 오고 주민등록증도 확인해야 하는데 서류는 보완해 준다길래 만들어줬죠."

{마을 이장}
"주민이 많다 보니까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고, 통장을 개설하면서 도장도 제가 새겼죠."

금융기관이 금융실명제를 어기도록 유혹한 것은 19억이나 되는 예금실적이었습니다.

{해당농협 지점장}
"당장 아파트 예금을 추진해 준다니까 계약금이 들어온다고 그래서 예금유치차원에서 편의를 봐 준 건데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죠. 업무상 실수는 인정합니다."

예금 실적을 위해서는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 금융기관. 무책임한 실적 올리기 앞에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유지하자는 금융실명제는 무용지물입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