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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독거노인 돕는 보일러 수리공

남승모

입력 : 2002.04.22 19:21|수정 : 2002.04.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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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벌써 7년째 사재까지 털어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집을 고쳐주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의 형편도 넉넉하지 못하지만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는 한 보일러 수리공의 이웃사랑을 전해드립니다.

테마기획, 남승모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올해 여든 다섯살의 장구복 할아버지는 고령이라 거동이 불편하지만 오늘 하루, 여관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월 35만원의 생계 보조비로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집수리를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54살의 보일러 수리공 김진근씨. 합판이며 못까지 자기 돈을 들여야 하지만 장 할아버지의 방을 고치는 손길에 정성이 묻어 납니다.

{장구복/서울 북창동}
"몸 아픈 사람 이렇게 집 고쳐준다는 것이 얼마나 깊은 마음입니까?"

김씨가 이렇게 자청해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집을 고쳐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수해 때부터.

수재민을 돕기 위해 서울 중구 일대에 봉사활동을 나갔다 혼자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만나고 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김진근/사랑의 나눔 자원 봉사대}
"참 사시는 게, 저도 그렇지만 사시는 것이 정말 힘드십니다."

비가 오면 새는 천장엔 장판을 대주고 너무 낡아 고치기 힘들어진 보일러는 아예 새 것으로 갈아기도 합니다.

시간도, 돈도 없어 참고 지낼 수밖에 없었던 노인들을 위해 집을 고쳐준 지도 올해로 벌써 7년째.
그동안 3백집이 넘는 곳을 고쳐주면서 들어간 돈도 5천만원이나 됩니다.

{김상호/서울 오장동}
"도배해준 것도 고맙고 문 고쳐준 것도 고맙고, 다 고맙죠. 누가 이렇게 해줘요. 아들도 그렇게 안해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김씨는 무언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합니다.

제가 필요한 일이 있다고 하고 전화해 주시면 이 업을 하는 날까지 계속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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