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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나보낸 가족들이 보내는 편지

주시평

입력 : 2002.04.05 19:05|수정 : 2002.04.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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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 보낸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리움이 담긴 영혼 편지를 써 하늘로 띄워보냈습니다.

테마기획, 주시평 기자입니다.

<기자>

진달래가 빨갛게 물든 화창한 봄날. 먼저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는 가족들이 답장 없는 편지를 씁니다.

지난달 하교길에 교통사고로 아들 형구를 잃은 이태훈씨 가족도 참석했습니다. 유난히 착했던 아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아버지는 긴 편지를 써 내려갑니다.

{이태훈/고 이형구 아버지}
"믿습니다. 아들에게 꼭 전해 질 겁니다."

또박또박 써 내려간 동생 초롱이의 편지, 오빠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형은 동생의 빈자리가 그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이신구/고 이형구 형}
"곁에 있다는 그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지 형도 이제야 깨달았어. 보고싶구나, 형구야."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는 끝내 고개를 떨구고 맙니다.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아내의 편지엔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립니다.

{김민주/대독}
"여보, 벌써 한 해가 지났구려 아직도 눈에 선한 당신인데. 아직도 마르지 않는 눈물인데. 아직도 부르지 못한 이름인데..."

시아버지에게 손주들이 잘 크고있다는 안부를 전하는 며느리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합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그리워 하는 가족들의 편지가 시작된 것은 지난 해 11월. 매주 10여통씩 꾸준히 하늘나라 우체국에 부쳐진 영혼 편지가 어느덧 한 권의 책으로 묶였습니다.

그리고 한식을 하루 앞둔 오늘(5일), 가족들은 그리움과 희망을 담은 영혼 편지를 풍선에 실어 하늘로 날려 보냈습니다.

{유족}
"안 아프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아프지 말고 사고 안 나고...차 없는 세상에서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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