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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들이 펼치는 사랑의 헌금

이주형

입력 : 2002.03.20 19:34|수정 : 2002.03.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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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암 환자병동에서 이런 아름다운 일이 있었습니다.

이주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효숙씨는 풋풋한 미소가 아름다운 올해 21살의 아가씨입니다.

지난 1월, 안타깝게도 자궁 종양으로 고대 구로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입원한 지 얼마 안돼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린화/고려대 구로병원 의사}
"당시 상태가 많이 않좋아 2차 항암제로 바꿔야했는데 돈이 없어서.."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가정 형편상 3백여만원의 치료비 마련이 어려워 퇴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같은 병실에 입원해있던 노현숙씨는 우연히 이 일을 알게된 뒤 그냥 지켜볼 수 만은 없었습니다.

가씨 몰래 같이 입원해 있던 환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암에 걸려 7년 째 힘겹게 투병 중인 이명숙씨도 가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었습니다.

자식들을 분가시킨 뒤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는 이씨도 오랜 투병생활로 형편이 넉넉치는 않았지만 선뜻 백만원을 내놨습니다.

{이명숙}
"나이도 어린 것이 몹쓸 병에 걸려 마음이 아파서.."

이씨 뿐아니라 옆 병실 환자들까지 모두 10명의 이웃들이 2백만원이 넘는 돈을 모아 치료비를 냈습니다.

{가효숙}
"너무 고마워서 미처 그 소리도 못나올 정도로 울었었어요. 진짜로. 뭐라고 말도 못할 정도로."

이웃들의 도움으로 가씨는 다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이제는 오히려 차도가 없는 이씨를 위로하러왔습니다. 완치까지는 아직 치료를 더 받아야하지만 가씨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가씨가 석달여 병원생활에서 느낀 것은 진정한 치료에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사랑과 따뜻한 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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