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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서울까지…닷새보다 더 긴 비행

주시평

입력 : 2002.03.18 19:40|수정 : 2002.03.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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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필리핀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도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서울에 도착하는 것인지 그들에겐 일분일초 피를 말리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주시평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18일) 낮 1시 3분 탈북동포 25명을 태운 대한항공 622편은 삼엄한 경비 속에 필리핀 마닐라 공항을 이륙해 인천공항을 향했습니다.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갈 때만해도 두툼한 옷차람이었던 탈북동포들은 산뜻하고 가벼운 옷으로 바꿔 입었지만, 얼굴만은 여전히 굳은 표정입니다.

며칠 간의 휴식과 안정을 취했지만 여전히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는지 눈초리가 불안해 보입니다.

인천공항까지는 아직도 3시간 40분, 아직은 남한으로 간다는 설레임보다 무사히 도착해야 할텐테 하는 조바심이 더 큽니다.

아무탈 없이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라는 한 탈북자는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숙인 채 아무말이 없습니다.

비행기 앞쪽 비지니스석에 자리 잡은 탈북자들은 남한 기자들의 쏟아 지는 질문에 다소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철모르는 어린이들은 비행기 안의 물건들이 신기한 듯 이것 저것 만지며 활기찬 모습입니다.

비지니스석에 마련된 개인 텔레비전이 신기한 듯 한 탈북자도 먹는 것도 잊은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이대승/탈북동포}노랑)
"(서울가면 뭐하고 싶어요?) 축구하고 싶어요."

{이성/탈북동포}
"(서울가면 뭐하실 거예요?)저는 치과를 하렵니다."

필리핀 마닐라 공항을 출발해 3시간 40여분만에 도착한 인천 공항 상공.

목숨을 걸고 스페인 대사관으로 탈출한 지난 닷새동안 보다 길었을지 모를 자유로의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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