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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중인 노인, 지팡이로 사랑실천

한승희

입력 : 2002.03.14 19:30|수정 : 2002.03.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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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병마와 싸우는 불편한 몸으로 수백개의 지팡이를 직접 깎고 만들어서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고 있는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한승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차산 자락, 올해 65살인 안대용 할아버지는 오늘도 어김없이 산에 올랐습니다. 버려진 나뭇가지 더미속에서 반듯한 가지를 골라내는 즐거움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안 할아버지는 3년전 위암수술을 받았습니다. 위를 전부 잘라내는 대수술이었습니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지난해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안대용 할아버지}
"지팡이를 짚어보니까 훨씬 좋더라고요, 나보다 더 나이먹은 80-90 노인양반들 그래서 짚는구나, 그생각에..."

안할아버지의 지팡이 만들기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거친 껍질을 벗겨내고, 하얗고 단단한 속가지를 문질러 다듬습니다. 정성껏 말리고, 니스칠을 하고, 손잡이를 달아주면 할아버지의 건강 지팡이가 탄생합니다.

지난 1년동안 5백개가 넘는 지팡이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에는 3백여개를 동네 경로당과 구청에 기증했습니다.

{김형기 할아버지}
"우리 경로당 늙은이들을 위해서 만들어 주니 얼마나 좋아요, 그 양반 만나면 술한잔 받게 해야지."

안 할아버지는 14년 당뇨에 위암까지 겹쳐 자기몸도 추스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안대용 할아버지}
"내몸이 불편하니까, 나보다 더한 사람도 많을 거 아니냐 이거지, 가만히 생각하니까 몸이 아플수록 아픈사람 심정을 잘 알잖아요."

조금은 거칠고 투박한 안 할아버지의 지팡이. 그러나 그 지팡이에는 연로한 노인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안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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