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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복남매의 '특별한 설'

정하석

입력 : 2002.02.12 19:50|수정 : 2002.02.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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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테마 기획입니다. 남과 북에서 각각 태어난 이복 남매가 아주 특별한 설을 보냈습니다. 한 납북 어부의 기구한 삶에서 이들의 사연을 정하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영석이야?"

"너 아버지 닮았구나."

북에서 온 또다른 어머니와 이복 동생들, 부산 사는 41살 김영석씨의 올 설은 이렇게 조금은 어색한 첫만남으로 시작됐습니다.

아버지가 납북되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뒤 친척집을 떠돌며 자라온 영석씨에게 갑자기 생긴 가족입니다. 서먹서먹함도 잠깐, 남매는 꼭 잡은 손을 놓지 못합니다.

{김현숙/김영석씨 이복 동생}
"눈물도 안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만나보니 그렇지 않네요. 나한테도 오빠가 있다는 것이 좋고.."

영석씨의 아버지 김길오씨는 영석씨가 7살 되던 지난 68년 연평도 근해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북한에 납치됐습니다.

김씨는 북한에서 부인 장복순씨와 재혼해 현숙씨와 인숙씨, 두 딸을 낳고 살다 지난 78년 사망했습니다. 가족들은 지난해 북한을 탈출했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남한에 있는 오빠를 찾았습니다.

{장복순/고 김길오씨 북한 부인}
"(아버지가) 가족들끼리 고향에 가서 잘살자 이러더구나. 그것이 유언이었지.."

남매는 처음으로 함께 차례상을 준비했습니다.

{김현숙/김영석씨 이복 동생}
"아버지 고향인 남쪽에 와서 제가 밥을 퍼서 진지를 드린다니까 마음이 이상해요."

가족을 남기고 갑자기 사라졌던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그리움이 앞섭니다.

{김영석/41,부산 감천동}
"아버님, 어머니와 동생들을 만났습니다. 앞으로 잘 살께요."

분단과 납치에서 비롯된 남과 북의 가족, 기구한 삶을 살다간 김길오씨가 남겨 놓은 인연의 끈입니다.

{김인숙/김영석씨 이복 동생}
"하룻길이면 만나는데 계속 와야죠. 저희도 오고 오빠도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와서 보고..."

정월 초하루, 부산의 바닷바람은 차가웠지만 남매의 설은 그 어느해보다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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