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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설마했던 이산가족들이 또다시 허탈한 심정으로 설을 맞고 있습니다. 상봉이 있은 지 벌써 1년 가까이 됐지만 추석이니 설이니 하던 약속은 미뤄지고만 있습니다.
테마기획, 박진호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6.25 전쟁 때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선 뒤 아무 소식이 없던 무심한 아들, 만나면 혼을 내주겠다던 노모는 정작 상봉 때는 아들을 끌어 안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1차 이산 가족 상봉 당시 온 국민을 울렸던 87살 이덕만 할머니와 북쪽 아들 안순환씨의 상봉. 50년 만에 노인이 되서 돌아온 아들은 꼭 다시 뵈러오겠다며 사흘 만에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병마를 이기지 못한 노모는 재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상봉 6개월 만에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동생들은 북쪽의 형이 혹시 찾지 못할까 6.25 때부터 살아온 집 바로 뒷동산에 묘를 만들었습니다.
{안민환(60)/故이덕만씨 둘째 아들}
"자꾸 언제 또 오니 언제 또 오니 하시더라구요. 그게 결과적으로 보고 싶다는 말씀이죠."
2차 상봉단으로 평양을 방문해 두 동생을 만나고 온 73살 박해수씨. 어느 새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상봉 당시 촬영한 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하루 일과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남북 회담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다려왔지만,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박해수(73)/ 2차 이산가족상봉 방북}
"지금 돌아가는 것 보니까,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왠일인지 직감적으로 다시 만날 것 같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2월, 3차 상봉을 끝으로 다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새해에는 면회소 설치와 서신교환 등 더 큰 물꼬가 터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들에게는 최근 경직되가는 남북관계가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