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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들, 병원비는 "묻지 마"

정하석

입력 : 2001.12.03 20:00|수정 : 2001.1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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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이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과도하게 물리고 있는 것으로 S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보험적용이 되는 부분을 안 되는 것처럼 해서 바가지를 씌었는데 병원측의 해명이 더 기가 찹니다.

기동취재 2000, 정하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서울대학병원을 퇴원한 한 환자의 진료비 상세내역서입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병원측이 환자에게 100% 부담을 지운 이른바 '비급여', 40개 항목 가운데 무려 32개 항목이, 보험 적용이 되거나 또는 아예 돈을 청구해서는 안될 항목들입니다.

이 때문에 환자는 내지 않아도 될 돈 26만여원을 추가로 병원측에 지불했습니다.

{박정연 부장/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보험급여가 되는 것 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전액 본인비급여를 시킨거죠. 잘못된거죠."

지난달 서울대학병원을 퇴원한 환자 8명을 무작위 추출해 이들의 진료비 상세내역서를 검토해본 결과 8명 환자 모두 진료비를 규정 이상 많이 지불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게는 99만여원까지 바가지를 쓴 환자도 있었습니다.

병원측의 착오였을까.

{서울대병원 관계자}
"착오가 아닙니다. 이런 것이 모든 병원에서 발생해요."

알고 찾아왔으니 깎아주겠다는 약속을 즉석에서 합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
"최대한 빼드릴 것은 빼드리고 처리해 드릴께요."

보험적용이 되는 항목을 비급여로 돌려 환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 공공연한 관행이었음을 시인한 셈입니다.

{전원책/변호사}
"병원에서 고의로 부당한 진료비를 더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대형병원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을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부분이 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심사기관인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은 병원이 보험으로 청구하는 부분만 심사합니다.

{박영경 차장/심사평가원}
"(보험)청구된 내용 가지고 심사하는 것인데 청구가 안 올라오면 뭘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죠."

비급여 부분이 의심이 가도 환자들은 잘잘못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환자}
"믿고 내는 수 밖에 없죠. 아는 수가 없잖아요."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아예 진료비 상세내역서의 발행을 꺼리고 있습니다.

{S병원 관계자}
"명세서라고 별도로 나가는 것은 없어요. 계산서에 다 나와있는 거예요."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 자체가 국민건강보험법상 명백한 위법입니다.

환자들이 진료비에 의문이 생길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하면 낸 돈이 적정했는지 여부를 검토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결국 환자들은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부담하면서도 받을 수 있는 보험 혜택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온 셈입니다.

이런 병원측의 횡포 때문에 환자들의 호주머니는 알게 모르게 털려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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