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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통한 개인정보 누출 심각

김범주

입력 : 2001.10.26 19:20|수정 : 2001.10.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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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여러분의 개인 정보가 단돈 10원에 나돌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민등록표를 비롯한 온갖 개인정보 자료들이 10원짜리 붕어빵 봉지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2000, 김범주 기자입니다.

<기자>

회사원 정유섭씨는 집앞 가게에서 붕어빵을 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무심코 받은 붕어빵 봉지가 동사무소에나 있어야 할 주민등록표로 만들어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봉지들도 살펴봤다가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정유섭/회사원}
"주민등록번호만 나온게 아니고 카드번호, 대학 입시지원명부 등 너무 자세하게 나오다 보니까 제 것도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 붕어빵 봉지에는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본적과 호주, 병역자료, 출생이후의 주소변경사항 등 한 개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심지어 부동산 목록이 정리된 종합토지세 과세대장과 내역서까지 있습니다. 잘못하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문서들입니다.

이 봉지를 만든 공장을 찾아가자 각종 서류들이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있습니다. 관공서에서 철저하게 관리되야할 각종 서류들이 이렇게 공장 입구 한 구석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습니다.

규정상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들은 완전 소각하거나 폐지하도록 돼 있지만 폐지로 팔려서 이곳에 들어온 것입니다.

봉지에서 자신의 개인 정보를 확인한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박창규/시흥시 정왕동}
"한두명도 아니고 수백명이 이렇게 나돌아 다니면, 정부를 어떻게 믿고 개인정보를 맡기겠어요. 도저히 용납이 안됩니다."

하지만 관리 책임이 있는 관청은 규정대로 폐지로 분류해 처분했을 뿐이라면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쁩니다.

{이응석/동사무소 주무}
"시청 자치행정과에서 일괄적으로 각동, 실, 과 등의 한꺼번에 문서를 모아서..."

{최재백/시흥시청 자치행정과장}
"아니, 동에서는 개인정보가 담긴 걸 우리한테 보내주면 안된다니까요."

행정 관청이 무책임하게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이, 수만명의 소중한 개인정보들이 10원짜리 붕어빵 봉지로 둔갑해 거리에 나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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