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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 조선족타운 '애환의 거리'

조정

입력 : 2001.08.14 19:41|수정 : 2001.08.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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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우리나라에 들어온 중국동포 숫자가 크게 늘면서 서울에 조선족 거리가 생겼습니다.

서럽고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모여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에개는 큰 위안입니다.

조 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구로공단과 마주한 서울 가리봉1동 먹자골목. 한자로 씌어진 간판들이 즐비하고 중국본토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마치 연길시의 한 거리를 옮겨 놓은 것 같은 이 곳엔 중국 물건이 넘쳐 납니다.

상점엔 백주로 불리는 중국술과 각종 식음료, 독특한 향을 내는 조미료들이 직수입돼 팔리고 있습니다.

{김상태/중국식품 대표}
"고향생각, 집생각 날 때 술이랑 음식 사가서 마시고 먹으면서 스스로 달래는 식이죠..."

가리봉동에 조선족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무엇보다 방값이 싸기 때문입니다. 벌집으로 불리는 공단 근로자 거주지에는 월세 10만원짜리 ´쪽방´이 많습니다.

겨우 다리 뻗고 잘 정도의 비좁은 공간이지만 고향사람들이 한데 모여 의지하고 살 수 있다는데 위안을 삼습니다.

{문용식 / 중국 흑룡강성 양하진}
"불편한게 많죠. 원래 중국에서 있을 때는 큰 집에 있다가 이런 집에 와서는... 여기는 교도소나 같아요..."

퇴근시간, 어둠이 드리우면 거리는 활기를 띄기 시작합니다.

양고기 구이에 한 잔 술, '??'점이라는 불리는 연길식 양꼬치 구이집은 하루의 피로를 풀려는 조선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즐거운 고향이야기는 잠시 뿐, 취기가 돌면 타향살이의 설움이 북받쳐 오릅니다.

산업재해로 손가락이 잘리고도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한 김원휘 씨는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 놓습니다.

{김원휘 / 중국 요녕성 철령}
"불법체류자건 합법체류자건 똑같이 인간답게 대접을 해주고요. 또 일한 만큼은 대가를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흑룡강성 출신의 이정화씨는 함께 밀입국한 아들이 붙잡혀 간 뒤 생이별의 고통을 참아내고 있습니다.

{이정화 / 중국 흑룡강성 천리}
"내 고향이라고 한국에 찾아 왔는데 왜 이렇게 힘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우리 아들 좀 내보내 주세요..."

코리안 드림을 안고 황해를 건넜지만 이방인이 되어버린 중국동포들.

그들만의 초라한 보금자리에서 박대와 편견이 없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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