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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힘내세요"

김수현

입력 : 2001.08.13 19:18|수정 : 2001.08.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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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오늘(13일) 국내에서는 뜻깊은 공연이 열렸습니다. 위안부 할머니의 한 많은 생을 위로하는 공연이었는데 공연을 마련한 사람은 뜻밖에도 앳된 모습의 신세대 청년이었습니다.

김수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일본군 위안부였던 문필기 할머니. 절절한 음성으로 오랜 세월 아물지 않은 상처를 노래합니다. 반복되는 가사와 애조띤 선율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전합니다.

이 공연을 기획하고 곡을 쓴 사람은 올해 23살의 청년 임상훈씨. 음악활동을 하면서 일본 대중문화에 매혹돼 있던 임씨의 삶을 바꾼 계기는 위안부 할머니가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임상훈/헌정 공연 기획자)
"엄숙경 할머님의 작품을 봤어요. 일본 벚꽃 나무 밑에 벌거벗긴 채로 얼굴을 가리고 누워있는 소녀의 모습이 꿈에도 계속 나타나고 너무 (가슴에) 와 닿았어요. 그래서 이런 공연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임씨는 곡을 쓰기 위해 위안부 관련 자료를 모으고,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쓴 곡들로 문필기 할머니와 함께 헌정음반 녹음까지 한 임상훈씨.

"할머니, 힘내세요. 화이팅!"

이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친손자나 다름없습니다.

(문필기 할머니)
"나는 쫓겨났네, 나는 갇혔네, 그 노래를 부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요. 기특한 마음도 들고..."

지금 임상훈씨의 소망은 자신과 같은 신세대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나랑 외모도 비슷하고 개성도 있는데, 저렇게 위안부 공연도 하는구나 그것에 대해서 신세대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오늘(13일), 한 청년의 정성이 이뤄낸 공연은 세대간 벽을 뛰어넘은 공감의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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