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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ice of Good Grades

이지현

입력 : 2001.04.13 00:00|수정 : 2001.04.13 00:00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이해찬 세대’ 학생들의 저조한 학업능력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교육을 하자니 대학교 1학년생들의 기초 영어나 수학시험 성적이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렇다고 마치 시험점수가 전부인 듯한 교육을 계속할 수도 없고…어려운 문제죠.

많은 사람들이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미국교육도 요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Harvard University의 한 교수가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입니다.

Harvard에 Harvey C. Mansfield라는 정치철학자가 있는데요. 그의 학술활동으로도 유명하지만 학생들에게 학점을 “짜게” 주기로 악명(?)이 높은 교수입니다. 그래서 별명도 “C-minus”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교수가 최근 자신도 더 이상 나쁜 학점을 줘서 학생들을 괴롭히기 싫다며 앞으로는 두개의 다른 성적을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나는 “ironic grade” – 충분히 부풀린, 학생들의 성적표에 올라갈 좋은 성적이고요, 다른 하나는 “realistic grade” – 그가 실제로 학생의 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성적입니다. 이건 학생들을 따로 불러서 직접 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자기 능력보다 우수한 줄 알고 우쭐해 하는 것을 막는 한편, 학생들이 취직할 때 성적표 때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어지지 않겠느냐면서요.

Mansfield 교수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 Harvard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대학에 성적 인플레가 심하다는 정면적인 비판입니다. 수준은 낮으면서 성적만 갈수록 높아지는 요즘 교육 실태를 꼬집으면서 학교측에 한 방 먹이는 거죠. Mansfield 교수에 따르면 20년 전에는 “C” 밖에 못 받았을 학생들이 요즘엔 “A”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Harvard에서 C+ 이하의 성적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6%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Harvard 뿐만 아니라 미국의 많은 유명 대학들도 비슷한 실정입니다. 물론 학교측에서는 "우리 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은 원래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우수한 학교라도 상대평가를 해야 하지 않느냐, 교수들은 학생들의 장점 뿐만 아니라 부족한 점도 정확하게 지적해 주는게 참교육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Mansfield 교수로 인해 불거진 이 학점 인플레 문제는 사실 미국의 교육문화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보지 않고는 풀 수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첫째. Affirmative action의 문제입니다. Affirmative action이란 교육당국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 하는 소수민족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입학생의 일정한 비율을 이들에게 할애하는 제도입니다. (많은 흑인들이 이 제도를 통해 일류교육의 기회를 얻었고, 동양인들도 한 때 혜택을 봤지만, 교육열이 워낙 뜨거운 동양인들은 요즘 좋다는 학교 마다 학생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제약을 받을 정도입니다.) Mansfield 교수는 미국의 학교들이 실력 외 다른 요소들까지 고려해 학생들을 뽑는 Affirmative action을 실시한 이후로 학생들의 평균 실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인종차별 문제에 민감한 미국에서 이러한 발언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많은 학자와 인권주의자들이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은 가진자의 지배논리에 불구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될 수 있으면 학생들을 야단치지 않는 미국의 교육문화입니다. 미국의 많은 교육학자들은 지난친 비판은 아이들의 자신감 상실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처음 데리고 가는 부모들은 선생들로부터 “If a child lives with criticism, he learns to condemn. If a child lives with praise, he learns to appreciate. If a child lives with approval, he learns to like himself”라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encourage해줘야 창의력 있고, 자신감 있는 어른으로 자란다는 말은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치원 때는 그렇다고 치고 대학에서도 오냐, 오냐 하는게 과연 좋은 교육이냐는 비판의견이 상당합니다.

세번째는 수업보다는 자신의 연구활동을 우선시하는 요즘 교수사회의 추세입니다. 학계에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는, 그래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은 교수들도 학교를 옮겨다니면서 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는 합니다), 남들이 인정하는 또는 대중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연구실적을 많이 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자신의 연구에 몰두해야 합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 실력을 직접 평가하는 미국문화에서는 학점을 나쁘게 줘서 좋을게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또 학교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학점 인플레가 나쁘지만은 않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Harvard 등 Ivy League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 대학들은 한 해 학비가 $20,000이 넘습니다. 학생들은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prestige를 위해 돈을 내지만, 그만큼 학교는 졸업생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다른 학교들보다 성적을 나쁘게 줘서 취업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학교들이 학점을 부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교수 개인의 autonomy를 최대한 존중해주는 미국 대학에서는 개인에 따라 큰 차이가 있고, 또 학교에 따라 다릅니다. 철저하게 상대평가를 하는 곳도 있고, 성적표에 학생의 성적과 반 전체의 평균 학점을 함께 적어주는 학교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미국의 교육문제를 다룬 이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가 내린 결론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어 원문을 옮겨봅니다.

…perhaps the simplest argument for Mr. Mansfield’s cause is that anybody who has ever been well taught knows that he is right. People who work under demanding taskmasters usually learn to respect them. People who are coddled with unearned A-grades despise the system they are exploiting. Living on a diet of junk grades is like living on a diet of junk food. You swell up out of all decent proportions without ever getting any real nourishment. And you end up in later life regretting your disgusting habits.

좋은 하루 되십시오.

沌�미국의 유명 대학들은 한 해 학비가 $20,000이 넘습니다. 학생들은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prestige를 위해 돈을 내지만, 그만큼 학교는 졸업생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다른 학교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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