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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부끄러운 '분유왕국'

한수진

입력 : 2001.08.03 20:27|수정 : 2001.08.03 20:27


◎앵커:어릴 때 모유만 먹여도 몇 가지 병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모유에 포함된 면역성분 덕입니다. 이래서 최근 세계 어머니들 사이에서는 모유 먹이기가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모유 수유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분유먹이기의 실태와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갓 태어난 아기가 막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아기가 엄마 젖을 먹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우리 나라 모유 수유율은 10%, 신생아 열명 가운데 한명 꼴입니다.

지난 85년 59%에 이르던 것이 1/6로 급감했습니다. 노르웨이의 90%, 그리고 미국, 일본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치입니다. 산모들은 대부분 모유 먹이기가 너무 힘들어 포기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한희경(신내동) "모유가 안나와서 1달 동안 노력했는데도 안 나오더라구요.">
<박주희(반포동) "직장 생활 하시는 분들은 모유가 안되잖아요. 힘드니까....">

문제는 이런 산모들의 어려움을 교묘히 파고드는 분유회사들의 판촉 공셉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육아교육을 받고 나오는 산모들의 가방마다 분유회사 판촉물이 가득합니다.

<기자 "이거 다 받은 거에요?">
<산모 "네, 아기 수첩, 이건 서비스 차원으로 준 분유에요.">
<산모 "퇴원해도 한달후에 또 분유 보내주고 그래요.">

산후 조리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분유를 무료로 준다는 광고도 실리고 있습니다. 치열한 신생아 잡기 경쟁이 낳은 현상입니다.

<분유영업사원 "한 분유를 먹으면 딴 분유로 바꾼다는 자체가 참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 분유를 하나 먹인다는 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분유가 모유보다 훨씬 나은 것처럼 선전하는 광고도 분유 의존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송진희(서초동)} "모유에 없는 특히 외제 분유 같은 거 애기들 롱다리로 키우는 성분이 있다더라..">

하지만 근거없는 잘못된 인식입니다.

<이근 교수(이대부속병원 소아과) "분유를 먹이면 젖을 덜 빨리고 유방에 젖이 고여 있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엄마의 몸이 민감하게 감지합니다 그래서 점점 줄어드 는 거고 그래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병원들이 공간을 줄일 목적으로 아기들을 신생아실에 따로 떼어놓는 것도 모유 먹이기를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김옥경(성애병원 수간호사) "애기가 태어나서.30분 이내에 엄마 모유를 빨아줌으로 해서 그것을 기억을 하거든요. 그래서 최초로 입에 들어가는 것이 엄마의 젖꼭지여 야지 나중에 모유 수유에 성공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소아과 학회는 신생아에게 적어도 1년간은 반드시 모유를 먹일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 1년이 아이의 평생건강을 좌우할 수도 있다면 엄마들의 선택은 보다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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