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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하늘이 원망스럽다"

박병일

입력 : 2001.07.30 20:09|수정 : 2001.07.30 20:09


◎앵커: 이재민들은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계속되는 비에 숨돌릴 틈이 없을 지경입니다. 박병일 기자입니다.

○기자: 억수같이 퍼부어대는 빗줄기에 행여 가게가 또 다시 잠기지 않을까 밤잠을 설치는 시장 상인들.

<홍황표(시장 상인) "대기하고 있는 상태니까 잠도 못 자고 지금 대기하고 있죠, 비가 많이 온다니까, 이제.">

그러나 200mm가 넘는 폭포비에는 역부족인 듯합니다. 몇 달 동안 힘들여 만든 옷들은 시커먼 흙탕물 속에 잠겨버리고 애써 키운 닭들도 빗줄기를 버티지 못하고 끝내 진흙 속에 나뒹굴어 있습니다. 이틀째 연이어 뚫려버린 하늘이 그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황규낙(서울 진관외동) "요즈막에 아주 비만 왔다 그러면 아주 정말로 노이로제 걸리다시피하고 밤잠 못 자고 나가는 건데...">

<인천시 석남동 주민 "지금 세번째 찼다고, 지금. 이번 달에만. 그러니까 이거 무슨 대책을 세워야 돼요.">

비가 새면서 통째로 무너져버린 벽면.

<"빗물이 막 쏟아져 들어오면서 벽이 (무너 졌어요.)">

인천시 부평동, 석남동 일대와 광명시 목간천변 저지대 주민들은 지난 15일 수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들이닥친 비 피해에 그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인천시 석남동 주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지 맨날 이 모양이니까 비만 오면 남들은 낮잠 잔다는데 이놈의 동네는 비만 오면...">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복구에 나선 주민들. 냉장고는 이달들어 세번째 흙탕물을 닦아내고 좁은 마당은 공부방이 돼 버렸습니다.

혹 입을 만한 옷가지가 남았을까, 폐허가 돼버린 가재도구를 주섬주섬 챙겨보는 할머니의 눈가에는 어느 새 이슬이 맺힙니다.

SBS 박병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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