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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우체국'의 사연들

이민주

입력 : 2001.07.12 20:29|수정 : 2001.07.12 20:29


◎앵커: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를 배달하는 우체국이 있습니다. 살아서 못다한 애끓는 사연들이 문을 연지 석 달 만에 벌써 400여 통이 넘게 쌓였습니다. 테마기획, 이민주 기자입니다.

○기자:대전시 서구 구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영락원이라는 이름의 시립 납골당입니다. 납골당 한켠에 <영혼우체국>이란 알림판과 함께 방명록 형태의 편지 묶음이 눈에 띕니다. 유족들이 고인을 찾을 때마다 남겨놓은 글에는, 안타까움과 비통함, 때늦은 후회 등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가장 많은 건 역시 부모를 잃은 자녀들의 애끓는 사연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꼭 해드리고 싶었는데 못나서 기회를 잃어 버렸네요. 그래도 맘속으론 이제 알죠?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빠가 엄마를 지켜주세요. 사랑해요 아빠."

남편을 떠나 보낸 아내의 글엔 구절 마다 보이지 않는 눈물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꿈에서라도 얼굴 한번, 손 한번 잡아주세요. 허망하게 쥐고 있던 풍선을 놓쳐버린 어린애처럼 하늘을 쳐다 보고 오늘도 눈물로 지새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의 분신 두 아들, 당신 몫까지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내 손이 필요없을 때쯤 당신에게 소리없이 가겠습니다."

병마에 어린 딸을 잃은 어머니의 사연엔 회한과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네가 그렇게 아파서 갈 줄 알았으면 차라리 병원에서 퇴원해 가고 싶은 데도 가보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그럴 걸 하는 생각을 해 본단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은지 ... 꿍에서라도 한 번 보고 싶구나."

지난 3월 중순 영혼우체국이 개설된 이래 석달 남짓 동안 도착한 사연은 4백50통이 넘습니다.

<이명진(유족) "살아계셨을 때 말씀드리지 못한 것 이렇게 뒤늦게 편지로나마 얘기할 수 있어서 위안이 되고 하늘에서 제 편지를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혼우체국을 운영하는 대전시 시설관리공단은 매년 사연들을 묶어 책으로 펴내기로 했습니다.

SBS 이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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