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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여덟 살의 보험설계사

박진호

입력 : 2001.07.05 20:30|수정 : 2001.07.05 20:30


◎앵커:이제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편안히 지내도 될 88살의 나이에 영업현장을 뛰는 보험설계사가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이 할아버지의 정년없는 인생이야기, 테마기획 박진호 기자입니다.

○기자:매일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영업 사무실로 들어서는 이 백발의 할아버지는 바로 보험설계사 송광준씨입니다. 올해로 미수의 나이인 88살이지만 고객과의 안부전화로 활기찬 일과를 시작하는 모습은 젊은 설계사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송광준(88세, 동부화재) "그럼 감사하죠.">

동료들과 대화 동료 여성설계사들과 상사인 과장까지 모두 다 나이로는 아들 딸도 아닌 손녀, 손자뻘입니다. 하루종일 빌딩 숲을 헤메는 치열한 일과지만 송씨는 지각한번 없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신뢰감으로 올해에만 벌써 17억원의 보험계약실적을 올렸습니다.

수입도 월 3백만원이 넘습니다. 놀랍게도 송씨는 재무부 보험과장과, 한국증권거래소 상무이사, 한국자동차보험 부사장급 상임감사까지 지낸 업계의 원로입니다. 하지만 지난 79년 66살로 은퇴한 송씨는 퇴직한 회사를 찾아가 끈질긴 부탁 끝에 보험설계사로 재취업했습니다. 화려한 경력과 안락한 노후생활을 모두 잊은 채 치열한 영업현장을 다시 택한 것입니다.

<송광준(88세, 동부화재 원광대리점) "놀면 뭐해 빨리 늙기나 하지..옛날 생각은 안해요. 그러면 일 못해요. 현재가 가장 중요한 거지.">

회사 중역의 경력 때문에 아직도 ´송감사님´으로 불리지만 정작 후배들은 송씨의 프로정신을 가장 존경합니다.

<강지숙(동료 직원) "한번 계약하면 도무지 놓치질 않으세요. 10년이 넘게 가는 계약도 많으시고...">

체력이 닿는데까지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송씨는 뭣이든 쉽게 포기하고 싫증내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송광준(88세, 동부화재 원광대리점)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니까 아무거라도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하라 그말입니다. 내가 그걸 당부하고 싶어요. 왜 노냐 그거예요.">

SBS 박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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