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벙커위의 아파트

김문환

입력 : 2001.06.26 20:19|수정 : 2001.06.26 20:19


◎앵커: 방공호 같은 각종 군사시설이 곳곳에 설치돼 있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주민들이 반발하자 시공업체와 군부대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2000, 김문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김포시 청송마을. 산뜻한 아파트 단지에 어울리지 않게 수십개의 벙커가 흉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벙커뿐 아니라 소방호 같은 군사시설 수백여 개가 단지 안에 촘촘히 들어서 있습니다.

<문교선(주민): 여기 어떻게 아파트에 벙커를 진짜...>

이 곳은 원래 방공호 등이 있던 군사시설 보호지역. 지난 98년 한 건설업체가 군사시설을 옮겨준다는 조건으로 아파트 건축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옮기지 않고 아파트 담을 따라 그 자리에 다시 설치했습니다. 까닭을 묻자 군부대에 책임을 넘깁니다.

<시공회사 현장소장: 작전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어야 된다고 하니까...>
<기자: 군부대에서 위치를 정한 거군요.> <시공회사 현장소장: 당연하죠.>

그러나 군부대의 말은 다릅니다.

<군부대 책임자: 이 지역 말고 다른 지역의 어느 주민도 땅을 안 판다는 겁니다. 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 해 준다는 겁니다.>

복잡하게 새 땅을 사서 옮기는 대신에 손쉽게 아파트 부지에 그대로 짓는 편법을 썼습니다. 물론 입주민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입주민: 속았다는 것이 분하죠. 너무 암담한데요, 황당한데...>

그나마 지어 놓은 군사시설의 상당수는 날림이어서 제구실을 다할지 의문입니다. 지하에 만든 방공호입니다. 물에 침수돼 제기능을 잃었습니다.

입구마저 열려 있어 아무나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 안전사고 위험마저 안고 있습니다. 주변의 땅 소유주들도 피해를 입습니다. 군부대가 원칙없이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처 땅주인: 전체를 허가를 안 내준다고 그러면서 또 저쪽에 일부분은 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시설을 탓할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상식과 투명한 원칙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2000입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