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수돗물 불신..학교도 식수전쟁

최희준

입력 : 2001.06.21 20:13|수정 : 2001.06.21 20:13


◎앵커: 더운 날씨에 학생들 공부하기도 힘들텐데 물 마시는 것까지 큰 일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다보니 이런 웃지못할 일도 있습니다.

최희준 기자입니다.

○기자 :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학교 운동장 구석에 있는 매점앞에 학생들이 장사진을 이룹니다.

생수나 청량음료를 산 학생들은 서둘러 갈증을 풉니다. 5백원짜리 생수를 산 학생주변에는 심한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집에서 물을 가져오지 않으면, 매점에서 사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요즘 수돗물 누가 먹어요?">

학생 천백여명이 다니는 이 고등학교에는 정수기가 단 한대도 없습니다.

8백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서울시내 한 중학교, 정수기가 단 2대 있을 뿐입니다.

4백명에 한대 꼴인 정수기 앞에 쉬는 시간마다 물을 마시기위해 긴줄이 늘어섭니다.

물을 받아가기 위해 개인용 페트병이나 컵은 필수품이 됐습니다.

<학생 "물마시려고 서있다보면 점심 시간 다가요">

<모 중학교 1학년 "찬물이 없어서 교무실 정수기 물 훔쳐먹다가 걸려서 혼난적도 있어요">

정수기가 부족한 초등학교에서도 물을 마시기위해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학생 "빨리 빨리 좀 먹어">

<김상민(용강중학교 교장) "돈만 많으면, 얼마든지 설치해주고 싶지만 학교 현장의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정수기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내는 학교 발전기금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정수기 숫자도 많은 차이가 납니다.

서울 강남구는 학교마다 평균 6.8대의 정수기가 설치돼있는데 비해서 강북지역의 서대문구는 평균 2.3대에 불과합니다.

수돗물 불신이 심화된 요즘 날씨마저 더워지면서 각급 학교에서는 매일같이 마실 물을 위해 학생들 사이에 때아닌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SBS 최희준입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