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소정이의 사랑

조정

입력 : 2001.06.10 22:17|수정 : 2001.06.10 22:17


◎앵커:고사위기에 처해있던 광릉수목원의 나무들이 새 생명을 얻게 됐스빈다.

그 뒤에는 한 소녀의 따뜻한 정성과 사랑이 있었습니다.

테마기획, 조 정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기자:하늘에 닿을 듯 곧게 뻗은 울창한 자연림, 하지만 광릉숲 도로변 2백여 그루 나무들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과속차량과 충돌해 속살이 드러나고 급기야 말라죽는 나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됐던 병든 나무들이 새생명을 얻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상처난 곳을 치료하고 차량충돌에 대비한 안전시설이 마련됐습니다.

이런 변화 뒤에는 한 소녀의 소박한 나무사랑이 숨어 있습니다.

4년전, 초등학교 5학년이던 이소정 양은 가족과 함께 광릉숲에 놀러 왔다 우연히 교통사고를 목격했습니다.

<이소정(서울 장위중 3학년) "되게 큰 트럭이 나무를 되게 세게 박았더라구요. 나무가 되게 많이 상했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그냥 가시더라고요. 그런데 만약에 나무도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동물처럼 소리를 냈으면 아저씨가 그냥 가지는 않았을 것 아니에요.">

나무를 지켜야 겠다고 결심한 소정양은 그로부터 매주 한번씩 집에서 두시간이나 떨어진 광릉숲을 찾아 나무의 건강상태를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소정양은 도로변 나무의 80% 이상이 병들고 그 가운데 3분의 1은 고사위기에 놓였다는 관찰결과를 산림청에 보냈습니다.

<김종윤(산림청 중부임업시험장장) "그 어린 학생이 고사리손을 호호불면서 겨울에 눈밭에서 고생한 것이 참 기특합니다. 저희들도 보답하는 뜻에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처음엔 무관심했던 아버지도 이젠 소정양과 함께 나무 지킴이를 자청합니다.

<이소정(서울 장위중 3학년) "나무는 사람들한테 말도 없이 굉장히 많이 해 주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거에 비해서 나무한테 관심을 안 가져주는 것 같아요. 이제 어른이 될 때까지 나무를 보호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나무처럼 곧고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소정양, 한 소녀의 순수한 마음이 숲에 생명의 활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SBS 조 정입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