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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도 말랐다

박진호

입력 : 2001.06.06 20:03|수정 : 2001.06.06 20:03


◎앵커:유례없는 가뭄 속에 모내기 시기마저 끝나가면서 올해 농사가 큰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비를 기다리다 지친 농민들은 이제 메마른 하천의 바닥을 파내고 고인 물을 퍼내는 실정입니다.

박진호 기자입니다.

○기자:이제 모내기 시기마저 끝나가지만 아직도 물도 대지 못하고 방치된 논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열어놓은 수문에도 물이 흐르지 않는 소양댐 바로 뒤로, 벌거벗은 듯 수위가 내려간 호수의 모습에서 이번 가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휴전선과 인접한 강원도 철원의 평야지대입니다.

마른 논에 발을 딛기 무섭게 뿌연 흙먼지가 재처럼 날립니다.

말라버린 도랑 바닥을 중장비로 긁어내 고이는 흙탕물이라도 퍼내려는 작업이 매일 계속됩니다.

작은 물줄기조차 없는 곳은 깊은 구덩이를 파 지하수가 스며올라오기를 기다리지만 역부족입니다.

{김봉학(71)/강원도 철원군}
"하지때까지 농민들이 노력해서 심어야지, 땅을 놀릴 수 없잖아요."

애타는 농민들을 보다못한 군 장병들도 땅굴 탐사에 쓰이는 대형 시추장비까지 동원해 물찾기에 나섰습니다.

수백미터까지 파낼 수 있는 장비지만 지하수까지 말라가는 통에 물길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경기 북부 지역의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모내기가 끝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채 심어놓은 모들도 하얗게 말라죽고 있습니다.

조급한 주민들이 수백만원을 모아 민간 시추장비를 동원했지만 오늘(6일)도 하루 작업이 허사가 됐습니다.

{윤재광/원주 태광엔지니어링}
"아침 8시부터 지금까지 작업을 했는데 60미터 가까이 팠는데 물이 안나와서 다른 데로 옮겨요."

돌 사막처럼 변한 하천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수많은 양수기들이 버려진 것처럼 여기저기 방치돼 있습니다.

한해 농사가 시작도 못하고 망한다는 조급함에 인심까지 흉흉해져 주민들간에는 매일 물싸움이 일어납니다.

{백대현/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자기 논에 먼저 물 퍼려고 싸우는 거죠."

30도 안팎의 무더운 날씨까지 겹쳐진 중부지방의 강우량은 이제 평년 수준의 15%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기상청은 남부지방의 경우 일주일 뒤면 해갈이 기대되지만 중부지방에는 장마가 시작될 이달 하순 전에 비다운 비가 내릴 전망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SBS 박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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