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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가 뭐길래...."

이성철

입력 : 2001.06.05 20:21|수정 : 2001.06.05 20:21


◎앵커:명문대 법대를 졸업한 30대 사법고시 준비생이 흉기를 휘둘러 2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다친 사람들은 고시 준비생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성철 기자입니다.

○기자:오늘(5일) 새벽 서울 동대문 부근의 한 상점에서 큰 비명이 들렸습니다.

30대 남자가 오락실 종업원 2명을 흉기로 찌른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36살 김모씨는 도망가지 않고 현장에 있다가 순순히 붙잡혔습니다.

조사결과 김씨는 명문대 법대를 졸업한 고시생으로, 범행동기는 무차별 살해 기도였습니다.

고시병이 화근이었습니다.

대학시절 고시공부에 몰두했던 김씨는 다섯 차례나 사법시험에 낙방했습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터를 잡았지만 책보다는 당구, 도박의 유혹에 빠졌고 삶은 끝없이 피폐해져 갔습니다.

<김모씨(피의자)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생활이었죠. 그걸 알고 있었고 그생활 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은데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직장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두차례 자살까지 기도했던 김씨는 차라리 다른 사람을 죽임으로써 고통스런 인생을 접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김모씨(피의자) "내 자신이 싫더라고요. 자꾸자꾸 망가뜨리고 싶었어요. 가장 완벽하게 망가뜨리려고 칼을 휘두른 거예요. 사람을 죽이면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성인 오락실을 전전하던 김씨는 계획대로 두 사람을 흉기로 찔렀고, 검사가 돼 사회 정의를 세우겠다던 꿈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10년 고시인생의 회한과 분노를 품은채 대학시절 함께 공부했을지도 모를 판,검사 앞에 서게 됐습니다.

SBS 이성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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