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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도둑 고양이 극성

하현종

입력 : 2001.06.03 20:20|수정 : 2001.06.03 20:20


◎앵커: 고양이하면 예쁜 애완동물 떠올리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엄청난 번식력으로 늘어 나는 도둑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현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불광동 주택가 이면도로변에 있는 한 치킨가게 앞입니다. 닭고기 배달 트럭이 튀김용 닭고기를 내려놓고 떠나자 이내 도둑 고양이들이 모여듭니다.

고양이는 상자 속에서 닭고기를 훔쳐 재빠르게 사라집니다. 훔쳐가지 않은 닭고기들도 포장용 비닐봉지가 여기저기 뜯기고 이빨 자국까지 남아 못쓰게 된 것이 많습니다.

<김미순(서울 불광동): "닭장사를 하는데 닭을 전부 다 헤집어요. 한 마리 한 마리 씩... 그것 뿐만이 아니고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고양이로 인한 피해는 일반 주택가에서도 적지 않습니다. 먹이를 찾으려는 도둑 고양이들 때문에 골목길이 온통 쓰레기 투성이가 되기 일쑤입니다.

<유민옥(서울 봉원동): "매일 쓰레기차가 와도 쓰레기 오는 날은 오늘인데 이걸 집에서 그냥 문닫고 놔둬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 뜯어서 다 해 가지고 다시 또 넣어야 되고...">

도둑 고양이가 이렇게 늘어나자 약용으로 시장에 내다 팔려는 전문 사냥꾼까지 등장했습니다. 또 피해 신고를 받은 구청의 의뢰로 야생동물 보호센터 대원들까지 고양이 퇴치에 나섰지만,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버려지거나 집을 나온 애완용 고양이들이 주택가 주변의 야산에서 야생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습니다.

<김영근(서울대공원 동물원장): "고양이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번식을 하면 천적이 없어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행법상 도둑 고양이는 애완동물도 아니고 행정 관청의 관리 대상인 가축도 아니어서 퇴치에 신경을 쓰는 기관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각 일선구청에는 고양이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늘고 있고 고양이가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어 관련법의 손질이 시급한 형편입니다.

SBS 하현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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