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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원 예산 공단이 보리밭으로

조재근

입력 : 2001.06.01 20:08|수정 : 2001.06.01 20:08


◎앵커: 10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 조성한 국가공단이 보리밭으로 변했습니다. 조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트랙터 소리가 요란한 이곳은 그러나 공장이 들어서야할 공업단지입니다. 동해시 북평공단, 강원도 유일의 국가공단입니다. 여의도 크기만한 공장터는 이미 대부분 보리밭으로 변했습니다.

<(경작주민):"땅이 노니까 노는 거 놔두면 뭐해요. 조금씩 지어 먹을려고 하죠.">

이처럼 해마다 주민들의 경작이 늘어나면서 공단 관리사무소는 단속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이미 밭으로 변한 면적은 5-60만평을 넘습니다.

<(공단사무소 관계자): "저희들이 분양을 해야지 주민들하고 몸싸움할 상황이 아니예요.">

78만평 규모의 북평공단은 지난 96년 조성됐습니다. 천 4백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6년이 다됐지만 분양율은 28%입니다. 고작 26군데 공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짓다만 건물이 여기 저기 방치돼 있습니다. 아예 문을 닫은 업체도 눈에 띕니다.

왜 이런일이 생겼을까? 수요도 제대로 예측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대규모 공단을 조성한 겁니다. 배후지인 동해시의 인구는 10만에 불과합니다. 도로사정도 좋지않아 물류비용이 엄청납니다. 지원시설도 태부족입니다. 어렵사리 입주시킨 업체들의 불만이 쏟아집니다.

<(입주업체 관계자): "공업용수도 안들어와 있고 하수종말 처리장도 안돼 있는 상황에서 누가 대규모로 공장이 들어오겠냔 말이지... ">

토지공사측도 공단조성이 잘못됐다는 걸 시인합니다.

<(한국토지공사 직원): "입지적 여건이 또는 환경으로 봐 가지고는 정책적 지원이 없이 는 좀 불가능하지 않은가...">

밀어부치기 행정, 준비도 안된 사업에 엄청난 돈이 날라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역시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동취재 2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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