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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모집 '지옥훈련' 처벌

양만희

입력 : 2001.05.29 20:26|수정 : 2001.05.29 20:26


◎앵커:요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극기훈련 프로그램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부모들 잘 따져보셔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인내심과 자립심을 키워주려다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양만희 기자입니다.

○기자:재작년 겨울인 12월 말 초중고생 5백여명은 혹한을 뚫고 도보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제주도에서 임진각까지 4백 킬로미터를 22일만에 걸어서 종단하는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지옥같은 생활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학생들을 단련시킨다면서 하루 두 끼밖에 식사를 주지 않았고, 잠도 한데서 재웠습니다.

<참가 학생 어머니 "땅바닥 운동장 그냥 비닐 하나 깔고 이렇게 잠을 잔 거에요.">

<기자 "어느 정도의 온도였는데요?">

<학생 어머니 "영하 13도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어요. 이 당시에 굉장히 추웠는데..">

한 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 하루 20킬로미씩 걷는 강행군이 이어지자 동상이나 피부염을 입는 학생들이 속출했습니다.

그러나 치료해 줄 의료진이나 간호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참가 학생 어머니 "할 말이 없는 거에요.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얼굴에 동상이 걸려서 물집이 터져서 피가 흐르구요, 봤는데 이게 정말 우리 앤가 할 정도로 너무나 비참했어요.">

분노한 학부모들은 이 행사를 기획한 강모씨를 고소했습니다.

법원은 강씨가 피해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끼친 고통을 감안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인내심과 자립심을 키워준다는 미명 아래 참가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이런 류의 행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SBS 양만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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