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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투자받아 '뇌물잔치'

김명진

입력 : 2001.05.27 20:07|수정 : 2001.05.27 20:07


◎앵커:한때 벤처기업을 만들기만 하면 돈벼락 맞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벤처기업인이 쉽게 모아진 돈을 함부로 쓰다가 결국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도덕적 해이가 정도를 넘어선 벤처기업인을 김명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한때 영상광고장치 기술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한 벤처기업입니다.

지금은 직원 몇 명만이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텅빈 사무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벤처업체 직원}
"희한하지, 돈이 어디로 간 데는 없고..찾아주면 고맙겠다"

불과 1년여 전만해도 이 업체는 투자금으로 단번에 2백 50억원을 끌어 들였습니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열풍 덕이었습니다.

돈이 손쉽게 들어오자,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무일푼이었던 사장은 12억원짜리 빌라와 고급 승용차를 사들였고, 임원들은 신용카드로 매달 1억원씩 썼습니다.

서울 강남구청에는 뇌물공세가 이어졌습니다.

20억원을 들여 만든 무인 문서발급기를 홍보용으로 구청에 공짜로 설치해주면서, 담당 공무원 3명에게는 현금 4천만원과 주식 등 2억 2천여만원 어치의 뇌물이 건네졌습니다.

{강남구청 직원}
"이걸 강남구에서 시범적으로 하게 되면 전국적으로도 많이 홍보가 돼서, 자기네 회사 명의도 올라가고 기계도 많이 팔 수 있고, 그런 측면이 있었겠죠"

서울시 로비용으로 주식 5억원어치, 은행 대출 커미션으로 1억원, 홍보용 씨름단을 만드느라 7억원, 마치 돈을 물쓰듯 했습니다.

주주들의 투자원금은 눈녹듯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결국, 이 회사는 유상 매출실적 단 한건도 없이 30억원의 부채만 남긴 채, 사장과 부사장이 검찰에 나란히 구속됐습니다.

SBS 김명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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