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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독극물 유출

남승모

입력 : 2001.05.23 20:46|수정 : 2001.05.23 20:46


◎앵커: 지하철 안에서 독극물이 떨어져 승객들이 화상을 입는 상식밖의 사고가 났습니다. 당연히 당국이 나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재발을 막아야 할텐데 지하철공사와 철도청은 한달이 넘도록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2000, 남승모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18일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 4호선을 타고 퇴근길에 오른 김소정씨와 임창순씨는 황당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전동차 천장 부근 어딘가에서 떨어진 액체 때문에 다리와 발목에 2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통증을 호소하던 이들은 급히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김소정(피해 승객): "기름 같은게 마이 뒤쪽으로 떨어져서 다리에 타고 흘렀거든요. 그래서 이게 닿는 순간에 굉장히 화끈거리고 너무 아팠어요. 살이 막 타들어간다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아파가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맡겨 검사해 본 결과 문제의 물질은 독극물인 수산화 나트륨, 즉 양잿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을까?

먼저, 고여있던 지하철 에어컨 청소액이 냉방기를 타고 흘러내렸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에어컨의 내부 압축기에 들어있는 윤활유가 변질된 채 새 나와 피해를 입혔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누군가 고의로 승객들에게 독극물을 뿌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사고 원인이 모호한데도 한 달이 넘도록 정식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하철 이용 시민): "시민들이 지하철 타기가 불안해">

<(지하철 이용 시민): "양잿물이라든지 이런 독성이 있는 것으로 한다면 우리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죠 ">

하지만 관계기관인 철도청과 지하철 공사는 서로 책임을 떠 넘기기에만 급급합니다.

<이찬용(서울 지하철공사 관계자): "철도청구간이기 때문에 철도청에서 조사, 처리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장석(철도청 관계자): "그쪽의 주장은 저는 억지라고 생각하죠. 너무 억지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철도청과 지하철공사가 나 몰라라하는 사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5백60여만 시민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임창순(피해 승객):" 이해할 수 없어요 단지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그 하나만으로 이런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게 너무 억울하고...">

기동취재 200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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